[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의 여파로 중국산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멈춰섰다. 수급에 차질을 빚은 부품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와이어링 하니스'라는 부품이다.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는 노동 집약적 부품으로 개별 단가는 수십만 원에 불과하다. 차종 별로 전선 하나 하나를 조합해 수천, 수만 가지의 배선 뭉치를 만드는 부품이기 때문에 사람의 수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량의 각종 장치와 부품에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제어할 수 있도록 전선과 신호 장치를 묶은 배선 뭉치를 말한다. 일종의 차량의 혈관 또는 신경망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립 과정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차체 밑바닥에 깔리며 각종 부품들을 연결해준다.
자동차의 모든 부품이 중요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는 가장 초기 공정에 필요하기에 부품들을 연결해주는 배선이 깔리지 않으면 공정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여러 센서가 복잡하게 장착되고 자동차의 구조도 다양해지면서 와이어링 하니스의 제품군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각종 차종에 맞게 전선들을 조합하고 차체의 모양에 맞게 일일이 꼬아 묶고 구부려야 하기에 아직까지 자동화가 어렵고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조합이 필요한 데다 부피도 커 1~2주 이상의 재고를 미리 쌓아두기도 쉽지가 않다.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THN 등 국내 부품업체들이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노동 집약적 부품으로 인건비가 많이 드는 탓에 생산은 주로 중국에서 이뤄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와이어링 하니스 수입 규모는 19억7000만달러에 달하며 이중 87%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전체 수입 품목으로 범위를 넓혀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입액은 1072억2000만달러로 한국 전체 수입의 21.3%를 차지했다. 중국 수입 규모는 지난 2007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수입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수년 전부터 자동차 부품 공장을 비롯해 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나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이 특정 국가에서의 수급 이슈가 발생할 경우 소재·부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은 생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꾸준히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해야한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국가에 쏠려있는 부품·소재 공급처를 동남아나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와이어링 하니스 같은 작은 부품의 공급처를 동남아로 바꾼다해도 최종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그동안 관성적으로 선택하던 구매처를 벗어나 다양한 공급처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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