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헌법이 규정한다. 이를 구체화해 교육은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돼야 하며,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교육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주로 초ㆍ중등교육에 해당하는 규범이라고 보나, 의외로 관련 법령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 교육감 후보자는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는 지방교육자치법과, 공무원(국ㆍ공립 교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권유 운동을 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정도가 있다. 아울러 사립교원의 복무에 관해는 국ㆍ공립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사립학교법이 전부다.
국가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은 물론 교육부 장관에게도 정당원 제한 규정이 없으며, 교육 관련 법규를 다루고 정책을 견제하는 국회 및 시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은 모두 정당원이다. 교육감의 정당원 제한만으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정당원이 아닌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
현행 제도는 교육이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표면적으로 정당원이 아니지만 정당원처럼 행동하던 교사들이 정치 편향 교육을 실시할 개연성이 커졌고, 고등학교 교육이 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치 편향적 교과서의 등장도 시간문제다.
학교 내 선거운동 금지에 대해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듯해 보완 입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당들의 학교 대상 선거운동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생애 처음 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느냐에 따라 향후에 지지하는 정당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정당들이 청년 지지층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정치적 관심이 커지고 선거운동의 대상이 되면 학생들과 교사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학생들은 선거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범법자가 될 수 있으며, 종래에는 교사들의 정치 편향적 발언을 묵인하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경우 교사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모의선거 교육을 시도하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18세 선거권자에 대한 교육당국의 이중적 시각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18세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조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도 그들을 모의선거 교육이 필요한 대상으로 상정한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는 모의선거 교육이 사전 여론조사에 해당해 공무원의 선거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으나 결국 정치적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개정된 선거법을 되돌릴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교육이 정치적ㆍ파당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교사의 선거법 위반을 예방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고, 이번 기회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추가 입법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 담당자들과 교원들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입법과 함께 교육정책 관련 당정 협의를 금지하는 입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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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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