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5곳, 印尼서 600억원 묶여
재계 '큰손'과 미수거래로 자금 묶여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인도네시아 재계 '큰손'에게 미수 거래를 지원했다가 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묶인 사실이 확인됐다.
4일 지상욱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벌인 베니 조크로사푸트로 핸슨인터내셔널 회장의 유동성 위기로 국내 증권사 5곳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총 607억9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의 신용대출금ㆍ결제미수금이 510억83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53억3800만원), 신한금융투자(38억9000만원), 미래에셋대우(2억5000만원), 키움증권(2억3700만원)의 순이다.
베니 회장은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인도네시아 부호 순위에서 43위에 오른 인물이다. 자산은 6억7000만달러(약 8000억원)로 추산된다.
베니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지난해 10월31일 '레포 거래'로 조달한 자금에 대한 상환 명령을 받으면서다. 베니 회장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모은 뒤 회사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는데 현지 금융감독청이 이 같은 거래 방식을 문제 삼았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회사 자금으로 쓰는 행위는 은행만 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면서 은행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베니 회장과 가족 소유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순식간에 폭락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따른 투자자 손실액이 총 9조9100억루피아(약 8631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현지 매체의 추정이다.
베니 회장은 레포 거래를 하면서 주가 관리 목적으로 다수의 증권사를 통해 자기 회사 주식을 신용 거래와 미수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 5곳은 베니 회장ㆍ가족에게 신용 거래, 미수 거래를 통해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해당 증권사들은 베니 회장의 재산을 담보로 잡는 등 손실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니 회장의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확보했으며 시간이 걸릴 뿐 손해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은 현재 595억9600만원의 주식 담보를 확보하고, 이 밖에 부동산을 추가로 받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대상 부동산 평가 가치는 대출금의 100%를 초과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도 49억원 상당의 주식 담보와 47억원 상당의 토지 담보를 확보한 상태다. 또 채무상환 계약에 따른 이자와 만기 원금 상환 실패에 대비해 토지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5개 한국 증권사가 확보한 담보금액은 807억7000만원 상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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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국내 증권회사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미수금 상환 현황 및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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