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태풍' 우리금융…예보, 지분매각 스텝 꼬이나
손태승 회장 중징계로 우리금융 지배구조 안갯속…정부, 지분매각 하반기로 미뤄질 수도
"예보 산하에서 우리은행 망가져…현 사태 책임 은행에만 돌릴 수 있나" 지적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한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로 이르면 1분기로 예상된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스텝이 꼬일 위기에 처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수용, 연임을 포기하면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후임자가 마땅치 않은 우리금융그룹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 17.2%(약 1억2460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 2022년까지 2~3차례에 걸쳐 예보 주식을 매각키로 하는 지분 매각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를 첫 매각 시점으로 잡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CEO 중징계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작업이 중단됐고, 만약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안팎에서 후보군이 난립할 것"이라며 "금융지주 체제 완성보다는 혼란스러운 조직 수습이 최우선되면서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작업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1년 국내 첫 금융지주로 출발한 우리금융에 예보를 통해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약 11조원을 회수했고 추가로 1조5000억원 이상을 더 회수해야 한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가치는 약 1조2500억원이다. 원금 회수선 가까이 왔지만 우리금융 지배구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게 상반기 매각의 변수다.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은 이달 7일 이사회에서 연임을 강행할지, 포기할지 거취를 밝힌다. 어떤 선택을 하든 금감원과의 갈등이나 수장 공백으로 우리금융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임 포기시 우리금융그룹은 내부적으로 차기 회장과 행장을 동시에 선임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경영 공백은 물론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손 회장 공백시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상반기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최대 과제인 예보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예보는 올해 지분 매각 착수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우리금융과 공동으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했다. 당시 해외 투자자들은 DLF 사태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완전히 뒤흔든 태풍의 눈이 됐다.
최근 DLF 사태로 정부도 우리금융 지분 매각 스케줄이 꼬이게 됐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사태를 금융당국 나아가 정부가 초래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년 우리금융 역사에서 정치권이 오랫동안 CEO 인선에 개입하는 금융 관치를 이어왔고, 예보 산하에서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견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은행이 경영목표를 높이 잡고 앞서 나갈 때 예보는 항상 달성 가능한 목표만을 우리은행에 제시했다"며 "정부 산하에서 20년간 관리ㆍ감독을 받으면서 우리은행의 경쟁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DLF 사태도 이 같은 비정상을 끝내고 정부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CEO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우리금융이 이렇게까지 흔들리게 된 근본적 원인을 과연 우리은행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을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