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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탁탁탁! 호로록! 겨울 익어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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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겨울 별미기행

탁탁탁 숯불위에서 익어가는 천북굴

탁탁탁 숯불위에서 익어가는 천북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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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입니다. 후루룩 목젓을 타고 넘어 가는 따뜻한 국물 한모금이나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이용한 특화 음식을 맛보면 여행의 감흥은 더욱 진해집니다. 막바지에 이른 겨울, 여행지를 돌며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겨울음식을 소개합니다. 보령 천북굴단지, 벌교 꼬막과 거제 대구, 영월의 메밀전병 등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신선한 제철 음식을 찾아 지금 떠나도 좋습니다.


◇정선ㆍ영월 메밀전병, 콧등치기, 강원도 겨울 시장의 미(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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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부림'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을거리가 많아 여행자로 하여금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도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現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되었다. 면이 굵고 투박해 콧등을 친다해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사진)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맛이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보령 천북굴단지, 영양만점 굴 요리 넘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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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서해안에는 갯벌의 영향으로 굴, 새조개, 산낙지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중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천북 굴 단지'는 겨울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천북굴은 서해안의 다른 지역보다 크다. 굴 껍데기의 세로 길이가 약 6∼7㎝에 달해 구워 먹기 좋다. 불에 1∼2분 이상 구워도 촉촉한 단맛이 난다.

굴 식당 수십곳이 줄지어 있는 장은리 포구 주변에 도착하면 구수한 냄새가 났다. 식당마다 굴 구이와 찜으로 향기가 넘쳐났다.

굴단지 식당에는 식탁마다 가로 길이가 12cm, 높이가 33cm인 고무 대야에 천북 굴이 가득하다.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불에 올린 지 1분쯤 지나면 껍데기 안쪽 관자 근육이 불에 익어 떨어지면서 탁 소리가 났다. 재빨리 집게로 굴 껍데기를 잡고 뾰쪽한 굴 따개로 알만 건져 내 먹으면 된다. 굴구이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굴찜(사진)이다. 찜은 담백하고 구이보다 짠맛이 덜 해 먹기 좋다. 천북굴이 한 국자 들어간 굴 칼국수도 이 일대 식당이 내세우는 대표 메뉴다.


◇예산 예당호일대,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어죽

한국관광공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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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사진)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시길 추천한다.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와,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지금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한국관광공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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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다. 바로 꼬막(사진)과 매생이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뜨끈한 생선 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한국관광공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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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사진)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으며,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 물드는 언덕'의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답다.


글 사진=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aie.co.kr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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