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전시상황에 돌입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요 측면의 위기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공급 측면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민간부문의 과잉에서 왔다. 199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1.5%였던 민간부문의 부채가 2017년에는 304.7%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가 GDP대비 69%에서 99%로 급증했다. 이러한 과잉 소비에 따른 수입 증가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1997년 GDP 대비 2.0%에서 2006년에는 5.4%까지 올라갔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2009년 미국 경제는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마이너스(-) 2.5% 성장했다.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해 세계경제도 197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0.4%)을 기록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정책당국은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대응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가 76%였으나 지난해 2분기에는 99%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거의 0%까지 인하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그 결과 GDP를 구성하는 정부지출과 더불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됐다.
수요 측면의 충격을 수요 부양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 등 선진국 정부가 부실해졌고,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기업부채가 크게 늘었다.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2008년 56%에서 지난해 2분기에는 101%로 급증했다. 한국, 호주 등에서는 가계가 부실해졌다. 다음 위기가 오면 재정과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앞으로의 위기는 공급 측면에서 올 수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강화로 글로벌 공급 사슬이 깨지고 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상호 대응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공급 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켜 경제성장률 둔화와 더불어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유가가 10% 상승했을 때 미국 경제성장률은 4분기 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그 영향은 7분기에 -0.13%포인트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유가 상승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은 바로 다음 분기부터 나타났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년 후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러한 유가 상승 영향은 한국 경제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10% 상승했을 경우, 1년 후 GDP 성장률은 0.08%포인트 낮아졌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졌다. 또한 경상수지는 18억달러 정도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공급 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유가 상승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생산성이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1980~1995년 연평균 1.5% 증가했던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정보통신혁명 영향으로 1996~2007년에는 2.8%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2008년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생산성 증가율은 1.3%로 오히려 1980년대보다 더 떨어졌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생산성이 둔화되는 추세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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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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