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열기로 뜨거운 대만 타이베이 현장 가보니
-선거 유세도 축제처럼…지지층 독려 위한 막판 선거 유세전 활발
-왜 차이잉원 뜨고 한궈위 시들었나?

[르포]대만 대선 D-1, 세대간·중국노선 확연히 갈린 축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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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타이베이(대만)=박선미 베이징 특파원]오는 11일 제15대 총통선거(대선)가 열리는 대만은 선거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에서부터 갓 걷기시작한 손녀딸까지 3대가 함께 지지하는 후보자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당선! 당선!"을 외칠 정도다. 마지막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 현 총통이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한궈위 가오슝 시장을 30%포인트 가량 앞선 어느정도 예측 가능해진 선거가 됐지만 선거 열기 만큼은 접전이 벌어진것 마냥 양측 모두 뜨거웠다.


◆"투표하러 영국에서 귀국했어요."=올해 21살이 된 완루이씨는 영국에서 예술학교에 다니는 유학생 신분이지만 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날짜를 맞춰 타이베이로 들어왔다. 9일 공항에서 만난 그는 "이번 선거는 젊은층의 표가 소중하다고 느껴 일부러 날짜를 맞춰 귀국했다"며 "나 같은 사람이 주위에 많다. 정치는 잘 모르는 또래 친구들도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한다. 마치 세대 간 대항전 같다"고 말했다. 민진당의 차이 총통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또래 젊은층들이 그에게 마음을 뺏긴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묻자 홍콩시위와 동성결혼법 통과라고 말했다.

타이베이 중정구에 있는 민진당 후원 사무실은 전날 저녁 퇴근시간이 지나자 선거 'D-1'인 이날 5시부터 진행될 예정인 차이 총통의 마지막 선거 유세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물을 챙기려는 젊은층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자원해서 이 후원 사무실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랴오잉이씨는 이번 대만 선거에 젊은층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가 홍콩시위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젊은이들은 자유와 민주 의식을 짙게 갖고 있는데 이번 홍콩 사태를 경험하면서 대만이 친중 성향으로 가다가는 홍콩처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차이잉원이 젊은층을 상대로 반중 노선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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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이 젊은층을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부모 세대들은 한 시장을 많이 지지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와 타이베이성 동문을 잇는 카이다거란대로 앞은 9일 저녁 5시부터 한 시장과 국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선거 유세는 마치 축제 같았다. 국민당 상징색인 붉은색 옷을 입고 모인 지지자들은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진 대만 국기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한궈위, 당선! 한궈위, 당선!"을 외쳤다. 응원 구호에 맞춰 휴대전화 후레쉬를 켜고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무대 위에서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이 그동안 대만인을 속였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지지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또 다시 차이 총통에게 속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당은 중국 본토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를 일으켜 대만 시민들이 돈을 잘벌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뜻을 가진 '대만안전, 인민유전(臺灣安全, 人民有錢)'을 이날 행사의 대표 구호로 내세웠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로스앤젤리스에서부터 팀을 꾸려 타이베이를 찾았다는 60세 여성 지니천씨는 차이 총통이 주장하고 젊은층이 지지하고 있는 대만 독립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대만은 원래 중국이었다"면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를 분리시키려는 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어짜피 이해관계에 의해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기 때문에 친중 성향인 한 시장이 총통에 당선되고 국민당이 영향력을 확대한다고 해서 미국이 대만과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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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투표에 참여하느냐'에 촉각=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총통 선거는 1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결과는 11일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결과 차이 총통이 우세하지만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는 투표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 대선 투표율은 2000년 82.7%, 2004년 80.3%, 2008년 76.3%, 2012년 74.4%, 2016년 66%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선거 열기가 강해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젊은층과 노년층의 지지 후보가 확연히 나뉘는만큼 세대별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지가 핵심변수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1934만여명에 이르는데 약 25%는 35세 이하 젊은층이다. 갓 투표권을 얻은 20세부터 23세 이하의 유권자도 전체의 6%에 달한다. 2008~2016년 사이 있었던 3차례 대선에서는 20~35세 연령층 투표율이 50~60%에 그치고 65세 이상의 투표율은 80% 이상이었지만, 이번 대선은 젊은층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들의 투표 참여도가 높을수록 민진당이 더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차이 총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만의 자유와 민주를 지키겠다고 강조하며 청년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국민당 지지자들은 현 정권을 의식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견을 내는데 소극적이었던 부동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 한 시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는 반응이다.


대만의 최고 학술기관인 중앙연구원 정치연구소의 나단 바토 연구원은 아시아경제를 비롯한 일부 외신 기자들이 참여한 대만선거 좌담회에서 ▲미국과의 관계강화 ▲예상을 뛰어넘고 우상향 하는 경제성장률 ▲감세정책 ▲동성결혼법 통과 ▲인프라 투자확대 ▲아동·노인복지 위한 지출 확대 등을 차이 총통의 지지 기반 확대 요인들로 꼽았다. 한 시장의 지지율이 급감한 원인으로는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려는 분위기를 형성한 점 ▲술, 도박, 여자문제 등 개인적 도덕·윤리문제 제기 ▲가오슝 시장 당선 후 보여준 미진한 행정적 성과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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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이 총통과 한 시장의 지지율이 오랜 기간을 두고 단단하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은 민진당에겐 불안요인이, 국민당에겐 희망요인이 될 수 있다. 바토 연구원은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만에서는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 성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비율이 압도적이었다"고 소개하며 "2018년 4분기에는 67.9%가 '불만'을, 20.9%가 '만족'을 나타냈는데, 홍콩 시위를 겪은 후인 지난해 말에는 43.9%가 '불만'을 51.4%가 '만족'을 나타낼 정도로 분위기가 뒤바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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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분기는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 11월 지방선거에서 갑자기 등장한 한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차이 총통이 큰 정치적 타격을 받고 당 주석직까지 내려놓았던 시기다.


타이베이(대만)=박선미 베이징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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