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업장 14곳, 건설업계 '긴장'…"비상대책반 운영, 상황 예의주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습하면서 국내 건설산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전쟁으로 치달을 경우 주요 시장인 중동 시장 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상황이 급박해지면 현지 사업장 내 임직원 안전까지 달린 문제가 되므로 정부와 업계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내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이 운영 중인 현장이 총 14곳 있다. 현장에는 138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이 공동 시공 중인 카르빌라 정유 공장 현장에 660여명,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 39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현장은 모두 공습이 발생한 미군기지와 떨어져 있어 현장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는 현재 국내 건설사가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사가 공사 미수금 회수와 추가 수주 등을 위해 지사를 운영 중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란 지사에 국내 직원 1명이 파견돼 있는데 지난 겨울 귀국한 후 미국과 이란 간 관계가 악화하면서 다시 현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 변화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외교부와 함께 이란·이라크 등에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상시 모니터링 중이며 우리 국민과 현장 직원의 외출이나 출장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란에는 사업장이 없고 카르발라 등 이라크 사업장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사업장들은 평소와 같이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추가 공습 등에 대비하고 있다. 외교부 등 권고에 따라 이라크 추가 입국 중단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카르빌라 정유 공장 현장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300㎞ 가량 떨어져 있는 데다 외곽 지역이어서 현재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상황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사내 비상대책반을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혹시 모를 상황 악화에 대비한 대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 역시 정상적으로 현장을 운영하면서 상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 현장은 추가 공습 현장과 20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란의 타깃인 미국 대사관 및 미군부대와 현장이 떨어져 있어서 직접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라크 정부에서도 별다른 지침은 없었다"면서도 "외교부의 입국 자제 지침에 따라 국내에 입국한 직원들의 이라크 재입국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한 상태"라고 밝혔다.
바스라주 알 포 항만 공사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비상사태 대비계획서에 따라 국내 및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비상사태 대응 시나리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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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은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먹구름 낀 향후 중동 수주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예상 수주액은 210억달러(약 24조570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06년(164억 달러) 이후 13년 만의 최저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번지며 중동 전역의 발주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해외 시장 고전으로 힘든 국내 건설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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