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주고 고금리 보험 되산다?…보험사 "고객 설득 되겠나"(종합)
"고금리 보험 보유 고객 설득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극심한 경영난에 직면한 보험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험 재매입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벌써부터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국과 업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보험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사가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확정형 보험 계약을 계약자로부터 사들이는 '재매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보험 재매입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웃돈을 주고 보험 계약을 되사들여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국은 벨기에와 같은 해외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벨기에 보험사들은 기존 고금리 확정형 보험 계약 상품 가입자에게 해지환급금에 10~25%의 프리미엄을 붙여 지급하는 형태로 계약을 환매해 부채를 축소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연 5% 이상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판매했던 고금리확정형 보험이, 현재 저금리 기조로 이차역마진과 책임준비금 적립 등 재무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위기 속에 '보험 재매입'이 묘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기대만큼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고금리 상품을 보유한 고객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작년 6월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적립금 589조3000억원 가운데 고정금리를 주는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41.5%인 244조4000억원이다. 연 5%이상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 비중도 25.4%에 달한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에게 확정이율 이상 돈을 주거나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서 고객에게 계약 해지를 설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당장 매출이 줄면서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보험사도 나오고 있는데 거금을 들여 보험을 재매입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고금리 보험을 재보험사에 수수료를 주고 넘기는 재보험 제도 역시 실효성이 뒤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해외 재보험사에서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고금리 보험은 해지율이 적을 수 밖에 없고 리스크도 높지 않아서 인수 매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국은 보험금을 많이 받으면 보험료를 더 내고 거꾸로 보험금을 덜 타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차등제를 '신(新)실손의료보험'에 적용, 계약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보험사들은 올 초 2017년 이전 판매된 '구(舊)실손보험'의 보험료를 9~10% 인상할 예정이다. 반면 그 이후 출시된 신실손보험은 반대로 보험료가 9~10%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 차이는 커지지만 소비자들이 신상품으로 갈아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실손은 대부분 '자기부담금이 없다(2009년 이후 실손은 자기부담 10%)'는 점 때문이다. 2017년 신실손 출시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실손 가입자는 7.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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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연간 보험료가 몇 만원 오른다고 해서 자기부담금이 없는 실손을 해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험료 청구가 거의 없는 젊은 층만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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