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호무역주의시대의 제언

트럼프 철강·자동차까지 대상확대
中 5G·화웨이 등 반도체 급성장
메모리시장 1위인 우리도 악영향 우려
美의회·업계·소비자단체와 적극 접촉…"안보에 위협되지 않는다" 설명해야
문제 불거지지 않도록 하는것이 최선

미·중 갈등 '국익' 위한 대응논리 필요
"우리는 시장경제 자유국가" 입장 견지해야

한일 무역갈등 일본기업이 더 피해
양국 정상간 타협·관계복원 나서야

강인수 국제통상학회장(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강인수 국제통상학회장(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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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문채석 기자]미국을 중심으로 신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강인수 국제통상학회장(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은 지난해 12월2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철강을 시작으로 자동차 등에 적용하고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대상을 반도체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끊임없이 이어질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 한국이 지금까지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중 어느 국가와 협조를 하더라도 '원칙이 있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칙이란 국익이 우선이고, 국익이란 무조건적 민족주의(nationalism)가 아닌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에 기반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통상학회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1995년 창립됐다. 보호무역과 자국중심주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 교수를 만나 한국 통상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세계 무역량이 감소하는 등 각종 악영향이 우리나라에 직접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이어 자동차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돼있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부활시켜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10~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는 조항이다.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232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철강의 경우 한국은 수출 쿼터(할당)를 수용해서 관세 면제를 받고 넘어갔다. 다음은 자동차인데 전기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안보를 근거로 한 자동차 수입 규제가 한국한테 적용될 가능성은 커 보이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려스러운 것은 반도체다. 아직은 그런 얘기(반도체 232조)가 전혀 언급 안 되고 있지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메모리시장 1위지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는 상황이다. 5세대 이동통신(5G)이나 화웨이 등 중국의 성장을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 이 탓에 반도체가 232조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가 232조 적용 대상이 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사실 선제적으로 아웃리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 의회와 반도체 업계, 소비자단체 등에 한국의 반도체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가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런 부분에서 "우리(한국)는 너희(미국)와 협조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가 공조 체제를 실제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확인을 시켜줘야 하는 셈이다. 퀄컴이나 5G 관련 다른 반도체 장비 업체 등 미국 회사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너희들하고 돈독하게 잘 협업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반도체 관계자들한테 충분히 설명해서 그런 문제(한국 반도체가 232조 대상이 되는)가 안 불거지도록 만드는 게 최선이다.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1차 무역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향후 미·중 무역갈등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그의 최대 목표는 당연히 재선이다. 재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결국 미국 경제다. '미국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가 미·중 무역갈등의 확산 또는 진정 여부에 제일 중요한 셈이다. 최근 미 주가가 사상 최고치이지만 미·중 갈등이 더 심해져 교역이 위축되고, 서로 보복적 관세를 부과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재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질 것 같다고 판단되면 더 악화시키지 못한다. 최근의 경기 상황이 유지되지 않으면 1차 합의처럼 중국 문제를 소강상태로 둔 채로 금리를 낮추는 압박을 한다든가 등의 경기 부양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견딜만 하다'고 판단하면 갈등은 더 격화할 것이다. 선거에선 공동의 적이 있을 때 응집력이 생긴다. 내부가 아닌 외부에 '나쁜 놈'을 만드는 것이 결집에 도움이 된다. 미·중 갈등은 물론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아주 결정적으로 나빠지게 만들 요인은 아니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미국이 더 세게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인식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다. 중국에 대해 '저 놈들 나쁜 놈들'이라며 사람들을 공분하게 만드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되면 민주당도 그럴 수 있다는 거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미·중을 대상으로 우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사실 없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북핵 문제 등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중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취한 입장은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나쁘게 표현하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지만 우리 상황에 맞게 눈치껏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상황에 따라 더 분명하게 여기 붙고 저기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단 이때도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최우선 명분을 '국익'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시장경제 자유국가'라는 입장에서 '누가 더 불공정한가'를 따지는 원칙적 논리를 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이 시장경제의 경쟁을 해치는, 즉 불공정한 측면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제조 2025' 정책이나 중국몽(中國夢)인 일대일로 등은 과정 자체가 불공정하다.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라는 논리가 자본주의의 근간이니 이를 부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향후 한국이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할 때는 이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한·일 무역분쟁 해결책은?

▲삼성전자나 삼성전자 등에 불화수소 이런 걸 팔던 일본 기업들은 무슨 죄인가. 일본 기업들의 입장에서 봐도 기술력을 쌓아서 최대 수요자인 삼성에 납품하는건데 이걸 막으면 일본 기업들도 망한다. 실제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불만이 당연히 일본 내부적으로 있을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WTO에 제소했다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올스톱'했다. 해봐야 1심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2심으로 가야 하는데 상소위원이 한 명밖에 안 남아서 재판할 수 없다.

통상 관점에서 이를 제소해서 해결할 사항은 전혀 아니다. 통상 측면에서 한일 수출 분쟁에 대해 '네 주장이 맞냐, 내가 맞냐' 이런 식의 접근을 통해 해결이 될 것이라고는 한일 모두 다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일 정상 간 어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민간 부문의 타격이 커지는 걸 막고, 양국의 협업 관계를 복원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강인수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1981~1985)


▲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1987~1991)


▲숙명여자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교수(2002~ )


▲유엔개발계획 컨설턴트(2003)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2006~2007)


▲재정경제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2007~2009)


▲아시아개발은행 컨설턴트(2009~2010)


▲숙명여자대학교 경제경영연구소 소장(2010~2012)


▲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이사(201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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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대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2019~ )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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