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까지 단 30초…'얼굴 없는 천사' 성금 어떻게 훔쳤나
후드티셔츠로 머리·얼굴을 가려
성금 6000여만 원 절도…범행까지 30초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북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수천만 원의 성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붙잡힌 30대 피의자들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의 범행은 단 30초 만에 끝났다. 그러나 목격자 진술, 주민신고, 특히 증거인멸 계획 등이 틀어지면서 결국 수사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31일 특수절도 혐의로 A(35)·B(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30일) 오전 10시40분께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뒷편 '희망을 주는 나무' 주변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이 담긴 기부금 박스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는 주민센터 측 신고를 받고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탐문수사에 나섰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가 수상하다는 주민 제보를 받고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또 용의자들이 갖고 있던 기부금 6000여만원을 회수했다.
◆ 범행까지 '30초'…차량 번호판 가림막 시도
이들의 범행 계획은 치밀했다. 31일 전북지방경찰청이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30일 오전 10시3분께 범행 장소인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A 씨 일당이 나타났다. 이들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후드티셔츠로 머리와 얼굴을 가렸다.
A씨의 손에는 빨간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30초 뒤 A씨가 다시 차 조수석으로 돌아왔고 운전석에 있던 B씨와 함께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인근 CCTV에 담겼다.
A씨 등은 차량을 몰고 충남으로 향했다. 이들의 차 번호판은 휴지로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며칠씩 범행 장소 주변에 머물며 사전 모의를 하던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이 경찰에 차량 번호를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차량 번호로 용의자를 특정했다. 이어 고속도로 순찰대, 충남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범행 4시간만인 오후 2시30분께 이들을 충남 논산과 유성에서 각각 붙잡았다.
A씨 등은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회수한 성금 6000여만원을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하려고 했던 노송동 주민센터에 오는 2일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로 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이 담긴 종이박스를 몰래 놓고 사라져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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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해마다 연말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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