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한중일 정상회의 뜨거운 감자 북한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자막대기(원칙적 기준)가 명료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있는 우리 노동자들이 전부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되는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자 송환 문제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북한 관계자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 8항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 "돈을 버는 모든 북한 국적자와 그들을 감시하는 북한 정부의 보안 감독 담당자를 북한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조항 문구 자체가 애매모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문제가 있는 조항을 북한이 왜 따라야 하느냐 하는 불만이다. 그는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을 강제로 중국 밖으로 내쫓으면 어쩔수 없지만 중국이 이런 모호한 조항을 곧이곧대로 따를 가능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실제로 중국이 북한 노동자들을 모두 북으로 돌려 보내야 하는 마감시일(이달 22일)이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중국에는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평소처럼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다.
북중 수교 70주년인 올해 중국이 북한을 철저하게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인들 사이에서도 짙게 깔려 있는 분위기다.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일단 버틸 수 있는데까지는 버텨보자는 식이다. 2017년 12월 22일 대북제재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가 채택됐을 때 많은 중국 내 북한 기업ㆍ식당들이 중국과의 합영 형태로 외형을 변형시킬 수 있었던 것도 중국이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을 완전히 끊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
올해 중국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명분 삼아 북한과 거리를 두기 보다 좀더 밀착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더군다나 북미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분위기는 중국이 더욱 북한과 밀착해야하는 필요성을 제공해준다. 북미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틈을 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에 대북제재 완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이날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3국을 향해 대북제재 완화 초안에 지지를 호소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영언론을 총동원해 "중국과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입장과 이익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안에서도 어제 한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이 낸 결의안에 주목한다는 표현이 나오는 등 중국의 입장에도 어느정도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다만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동시ㆍ병행 이행'이라는 원칙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가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접근법인 '동시ㆍ단계적 이행'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하는 난감한 위치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경제ㆍ무역 뿐 아니라 지정학,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을 잠재우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새로운 해법을 통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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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편가르기에 한반도 이슈가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일 협력 강화가 모색되는 것 만으로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배가 아파 심통을 부릴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미·중 간 갈등,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3국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문구 대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 모색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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