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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도 주장한 심신미약, 범죄자 전가의 보도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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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정신질환·음주·치매 등 인정되면 처벌 경감
검찰 "계획 범죄·급소 노려 공격 등 심신미약 상태 아냐"
전문가 "편집형 조현병은 타인 공격 가능성…사전 치료해야"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25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25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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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미담 인턴기자]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 후 흉기 난동을 부려 17명을 다치게 하고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42) 측이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 형량의 감경요소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창원지법 형사4부(이헌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배심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315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안인득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치밀한 계획하에 잔인한 수법으로 이웃을 죽였다는 검사 측 주장과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변호인 측 주장이 맞섰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범행 전 흉기 2자루와 휘발유를 준비하는 등 철저하게 계획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약 11분간 주민 5명을 살해하고 주민들을 영구장애인으로 만드는 등 17명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주장하며 선처를 받으려고 하지만 피고인은 사람과 개, 사물을 구별할 수 있고 사람과 악수하거나 개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의사결정 능력이 있다"며 "피고인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이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인득의 변호인은 범행 당시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2010년 조현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며 "지난 4월 범행 이후에 받은 정신감정에서도 심신미약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검찰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안인득의 범죄가 명백한 만큼 범행 당시의 심신미약 상태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즉 조현병 치료를 받았던 안인득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배심원들이 받아들일지 말지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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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형법(10조)은 심신미약자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치매나 최면상태 등의 의식장애 등도 심신장애·미약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음주, 약물중독, 충동 장애 등도 법원에서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공용화장실에서 생면부지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 김 모(36) 씨의 심신미약이 인정돼 김 씨의 형량이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경되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을 앓고 있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했다는 점을 참작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도 있다. 지난 2008년 8세 여자 어린이를 유인해 강간, 폭행하고 중상해를 입힌 조두순(67)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조 씨가 술에 취하면 정상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자신의 성향을 알면서도 술을 마셨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조두순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고,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러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결국 피의자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이유는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범행 당시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형이 감경될 수 있고, 만약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범죄가 매년 늘어나자 심신미약을 없애자는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2018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에 검거된 살인 범죄자의 43.4%가 주취 상태였으며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는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화범죄자의 경우 45.1%가 주취 상태였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도 13%였다.


전문가들은 강제 치료 등 범행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단순 조현병과 범죄 사이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며 "사실은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다 위험한 게 절대 아니다. 위험한 부류가 존재한다"며 안인득이 단순 조현병이 아닌 '편집형 조현병'이었기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형 조현병'이) 전체로 보면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다. 한 10~20% 정도 될 수가 있다"며 "이런 분들은 피해망상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줬다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위험성이 고양되면 흉기를 지니고 다닌다. 그렇기에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편집형 조현병' 환자는 치료가 강제돼야 할 필요성이 꼭 존재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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