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체인유통조합 "주류 온라인 판매 제한해야"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중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주장

권영길 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가운데)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계자들과 함께 주류 온라인 판매 제한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슈퍼마켓에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업계가 주류 온라인 판매 확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내 온라인 쇼핑사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현재 저도주 수입와인에 대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통주에 한해 허용된 온라인 주류 판매를 모든 주류로 확대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2017년 7월부터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조합 측은 "주류는 국가에서 면허사업으로 유통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30년 가까이 주류 도매를 하고 있지만 술에 대해서는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술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가장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술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유통 자체가 엄격하게 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술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뉴질랜드, 영국, 스코틀랜드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이나 알콜중독자들의 과음예방을 위해 소매점의 주류광고 자체를 금지하는 법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심지어 치킨집에서 치킨과 함께 생맥주를 주문하면 가정에 배달이 가능하도록 관계규정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인증은 어떻게 하는지, 배달해 주는 사람도 청소년, 시켜먹는 사람도 청소년일 가능성이 높은데 관계규정이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류 시장 규모를 연간 14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량 기준으로는 맥주 45%, 소주 27%, 막걸리 5%, 와인·청주·위스키 등 기타 23% 수준으로 보고 있다.

권영길 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온라인 주류 판매를 허용한다면 호기심 많은 청소년, 성인으로 가장한 청소년이나 범죄자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알콜중독자들의 술 구매는 그만큼 더 쉬워지고, 폐해도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도 영세 중소유통상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소비위축의 여파로 폐업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규모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주류 판매 증가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주류 판매 수입에 의지하는 슈퍼마켓 등 영세 중소유통상인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