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한지의 숨결⑤]韓紙로 복원 성공한 '성 프란체스코 기도문'
전통 한지의 현주소
<중>전통이 낳은 종이 명가
1224년 양피지에 작성된 이탈리아 유산
복원전문가 "한지는 얇지만 안 비쳐..고유 결 유지해 튼튼"
1505년 쓴 다빈치 자필노트도 한지 복원
[로마(이탈리아)=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 세상에 나온 지 800년가량 지난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종이 카르툴라는 이탈리아의 국보로 꼽힌다. 1224년 양피지로 쓴 이 문서는 오랜 시간이 흘러 훼손됐었는데 한지(韓紙)를 활용해 복원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5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노트를 복원하는 데도 한지가 쓰였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RCPAL)의 복원전문가 루칠라 누체텔리는 "문화재별로 훼손 정도와 기존 재료 등을 따져 최적의 복원재료를 선정한다"면서 "한지의 경우 다른 종이에 비해 얇으면서도 비치지 않고 고유의 결을 유지해 매우 튼튼하다"고 말했다.
ICRCPAL은 종이류 문화재 복원분야에선 유럽 내 가장 권위있는 기관으로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각국의 종이ㆍ책 등 기록문화재와 관련한 복원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연간 진행하는 복원프로젝트만 150여건에 달한다. 연구소는 과거 자국 내 종이나 독일, 일본의 종이를 주로 썼는데 2016년부터 한지를 쓰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코 문서는 훼손된 부분을 한지로 메웠고 다빈치 문서의 경우 한지로 원본을 감싸는 식으로 복원했다. 14세기 중반 저술가 마이모니데스의 책, '중세'라는 말을 처음 쓴 이탈리아 역사가 플라비오 비온도의 15세기 활자인쇄본 등을 고치는 과정서도 한지가 사용됐다.
현재 복원 중인 일부 문화재에도 한지 사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연구소로부터 인증받은 후 바티칸박물관이나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에서도 일본 화지 대신 한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바티칸과 피렌체 등 다양한 곳에서 복원용도로 한지를 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천연원료로 만들어 보존성이 좋고 튼튼한 데다 몇 겹씩 겹쳐 두께를 자유롭게 하는 게 가능한 점이 호평받고 있다. 누체텔리 복원사는 "최적의 복원을 위해 복원재료의 투명도나 강성, 유물의 기존 재료와 혼합 가능성 등을 과학적으로 따져본다"면서 "프란체스코 문서의 경우 훼손 정도가 심해 다른 종이로는 어렵다고 여겼지만 한지를 검토한 후 최적의 재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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