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계관, 김정은-트럼프 친분 강조하며 '연내 시한' 압박

북한 외무성 고문 담화 발표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라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사진)은 24일 담화를 통해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ㆍ미(북ㆍ미) 관계 문제를 비롯하여 대외 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드리었을 때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었다"고 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김 고문은 그러면서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했다. 김 고문의 입을 빌렸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발언이 소개된 것이나 다름없다.

김 고문은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조ㆍ미(북ㆍ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 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러한 친분 관계에 기초하여 조ㆍ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두 정상 간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미국 실무진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DC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은 북ㆍ미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실무진을 이간하고,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지나기 전에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그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정책 실무자들에게 돌리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강조해왔다. 김 고문은 지난달 27일 스톡홀름 협상을 눈앞에 두고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톡홀름 협상 이후 북한은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 메시지를 삼가왔다. 당시 총 6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협상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썼고,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막판에 북한의 기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미국이 제시한 구상을 받아들고 평양으로 가 미국의 제안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담화를 통해 북한이 대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지난 5일 스톡홀름 노 딜 이후 실무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켄트 하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23일 주한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끔 수주 내에 양국에 다시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도 "이번 북한의 발표가 부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23일 금강산 현지 지도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한 것도 예사스럽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최 제1부상이 수행했다고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ㆍ미 협상 총괄자인 최 제1부상을 대동함으로써 대북 제재로 금강산 관광을 막고 있는 미국을 향해 압박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