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조국 대전’은 검찰과 자유한국당 ‘연합군’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조국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회에서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라고 말한 것은 ‘조국 대전’에서 이겼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승전 선언’이었다.


여권은 조국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지만 속절 없이 떨어지는 지지율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40% 후반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장관 임명 직후인 9월 셋째 주 40%(한국 갤럽 여론조사)까지 떨어졌고,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지지율 50%가 붕괴됐다는 여론조사(리얼미터)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진 민심도 국정 운영을 책임진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투에서 이겼다고 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게 아니고, 전쟁에서 이겨도 승전국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2차 대전 때 일본은 진주만 기습에 성공했지만 그게 화근이 돼 미국의 참전을 불렀고 결국 원자 폭탄을 맞고 패전국이 됐다. 러시아는 히틀러의 침공에 맞서 독소전쟁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2700만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했고 국가 산업시설 상당 부분이 파괴됐다.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나 원내대표의 말대로 본격적인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퇴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검찰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공격 대상을 찾을 것이다. 편파적이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당을 향해 칼날을 들이밀 것이다. 그게 검찰의 본색이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 트랙 충돌로 수사대상이 된 국회의원 110명 중 자유한국당 소속이 60명이다. ‘검찰제일주의자’ 윤석열이 이끄는 검찰은 칼을 휘두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조국 교수’는 2015년 2월 경향신문에 ‘문재인, 육참골단(肉斬骨斷)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선거에 승리한 ‘문재인 대표’에게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어야 상대의 뼈를 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국 교수는 “문 대표가 ‘살’을 챙기다가는 자신도 죽고, 당도 죽고, 범진보도 죽을 것이다. 그 결과 수구기득권의 ‘뼈’가 끊어지기는커녕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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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던 문 대통령이 조국을 사퇴시킨 것은 검찰의 뼈를 끊기 위해 자신의 살을 내어준 것일 수도 있다. 서울과 대구, 광주만 남기고 특별수사부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조국 대전’은 끝나지 않았다.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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