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작가
동행하는 가족에 독자들 환호…13쇄 이어가는 인기
"기회 앞에서 주저하는 여성, 두려움 버려야"
"핵심 역량 손에 쥐었다면 커리어는 만들어가는 것"

'여자 둘아 살고 있습니다' 저자 황선우(왼쪽)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여자 둘아 살고 있습니다' 저자 황선우(왼쪽)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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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꼭 결혼이어야 할까. '평범한 성인'으로 가는 관문 앞에서 한국의 젊은 남녀가 묻는다. '아니오'라는 답을 택했다면 다음 수순은 '부모와 함께' 또는 '혼자'의 갈림길에 서는 것. 한데 여기 세 번째 길의 삽을 뜬 두 사람이 있다.


김하나ㆍ황선우 작가는 여자(Women) 둘에 고양이(Cat) 넷, 이른바 분자식 'W2C4'의 가족 구성원이다. 1인 가구라는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해 안정적인 분자구조를 완성했다. 두 작가는 갈림길 언저리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고. 그리고 또 외친다. 그것 말고도 새롭게 길을 터야 할 것들이 많다고.

◆'여자, 둘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내밀다= 김ㆍ황 작가는 올해 2월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위즈덤하우스)'를 출간했다. 7개월 만에 13쇄를, 그것도 3000부나 찍었다.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에세이로는 보기 드문 장타(長打)다. 전국 북 콘서트와 강의 현장에서 이들의 인기는 아이돌 급이다. 그저 두 사람이 투닥거리고 지낸 얘기라면 이렇게 호응을 얻지 못했을 터. 이들의 동거 스토리는 어째서 이렇게나 환호받을까.


황 작가는 "자화자찬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이야기를 던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토크에서 '이 책이 인생을 바꿨다'는 20~30대 후배 여성들을 볼 때에 '아, 나무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을 냈구나'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 역시 "북토크 참가자들 가운데는 60대 여성분들도 많은데, 그중에는 '우리 딸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분도 계셨다"고 설명했다.

비혼이라는 선택지가 없었던 시대의 중년과 노년에게도 반가운 세 번째 길. 다르게 살아 볼 가능성과 새로운 방식에 대한 발견. 그러면서도 '그대들은 틀렸고, 우리가 맞다'는 가르기는 없다. 분자식은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함께' 그리고 '잘' 사는 것을 다룬 이 책의 내용은 여기까지만 설명하기로 한다. 참고로 남자들이 먼저 즐겁게 읽고 아내에게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기회 앞에서 주저하는 女…'욕 먹지 않으려고'= 2019년 베스트 셀러 작가로 주목받기 전, 이들은 각자 분야의 정점에 서 본 베테랑 직업인이었다. 김 작가는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와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등 유명 광고 카피를 써낸 전직 카피라이터, 황 작가는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름 깨나 날린 20년 경력의 매거진 에디터 출신이다. 이들이 조직 안에서 지켜본 결과, 여성들은 대체로 기회 앞에서 주저하고 성과를 자랑하지 못했다. 이면에는 '욕 먹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커 보였다.


"얼마 전 '캠핑클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 핑클 출신의 성유리씨가 '나는 욕먹지 않으려고 20년을 살아온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여성들은 지적당하고 비난받지 않기 위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기울이고 있어요(김)."


"남성들은 훌륭한 강점이 하나 있다면 나머지 자신의 울퉁불퉁한 면이나 약점도 조직 내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아는 반면 여성들은 아무리 큰 강점이 있어도 마지막 약점 하나까지 없애려고 굉장히 애를 쓰곤 합니다. 그러나 약점을 드러내고 도움받을 줄 아는 것이 궁극적으로 강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해요(황)."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유가 있다. 여기에 황 작가는 '작은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더했다. 그는 "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성격적ㆍ행동적으로 허용되는 폭이 더 넓고,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범위에서만 움직인다"면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 서 보면 모두에게 환대 받으며 무리에 섞이는 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지만, 문제는 많은 여성들이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작가 역시 "여성들에게 사회의 물살이 더 세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쓰인다"고 강조했다.



'여자 둘아 살고 있습니다' 저자 황선우(왼쪽)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여자 둘아 살고 있습니다' 저자 황선우(왼쪽) 작가와 김하나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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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역량 있다면 커리어는 만들어 가는 것 = 날 때부터 곧고 야물었을 것 같은 두 사람에게도 방황은 있었다. 시장이 급변하는 광고와 잡지업계에는 불안과 혼란이 함께했다. 경력과 관련해 미래를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이들은 '핵심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0년 시작한 카피라이터 커리어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도' 이어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소속감과 뿌듯함, 직업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거죠. 그러다가 '힘빼기의 기술'이라는 책이 나오고 다양하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현재는 팟캐스터를 비롯한 여러 작업들을 하고있습니다. 2000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말을 통해서 진행하는 역량에 확신이 있어요. 일종의 '보트'랄까, 이것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파도가 쳐도 죽지 않고 타고 나아갈 수 있다는. 카피라이터라는 확실한 명함을 가졌을 때보다 지금 더 안정적인 느낌이에요(김)."


"오랜 잡지사 생활 끝에 더 올라갈 자리가 보이지 않던 때가 있었어요. 이 자리에 머무르면서 성장하는 게 가능한가, 언제까지 하는 게 맞을까를 40대에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마침 매체 경험만 있던 제게 브랜드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고, 좋은 기회라 여겨 이직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옮긴 회사의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 그만두었지만, 두 번째 사표는 참 즐겁게 썼어요. 이직은 일종의 경험 확장, 독립으로 가는 수순이었거든요(황)."


두 작가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당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업계가 5년, 10년 뒤 절대 지금 그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조언한다. 스스로 정의한 핵심 역량과 기술을 갖고 있다면, 업태나 영역의 길은 이제 만들면서 나아가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을 조립해보고, 직업도 바꿔 본 선배들의 당부다.



<김하나 작가 프로필>


▲2000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0년~2003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2005년~ 2004년 TBWA 카피라이터

▲이후 프리랜스 카피라이터, 브랜드라이터로 활동

2013년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이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힘빼기의 기술> 등을 쓰며 작가 활동 중

2017년부터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 진행 중

▲2019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출간, 콘텐츠 제작 회사 펜유니온 공동창업


<황선우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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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9년~ 2001년 중앙 M&B 에디터

▲2001년~ 2003년 한겨레신문 씨네21 기자

▲2003년~ 2005년 허스트중앙 에디터

▲2005년~ 2018년 두산매거진 피처디렉터

▲2019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출간, 콘텐츠 제작 회사 펜유니온 공동창업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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