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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제조업 강국과 제조 스타트업 불모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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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제조업 강국과 제조 스타트업 불모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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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대표적 제조업 강국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작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은 5대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총 부가가치 대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제조업 위기 경고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도 2010년 3위였던 제조업 경쟁력이 2020년에는 6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중국의 '중국제조2025'와 '인터넷플러스' 등의 전략을 통해 경쟁국들이 경쟁력을 높여가는 동안 한국은 뚜렷한 전략 없이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6월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양적ㆍ추격형'에서 벗어나 혁신선도형 제조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종합적이고 다양한 정책이 포함돼 있지만 정책의 중심을 혁신기업, 즉 제조 스타트업에 시선을 두고 펼쳐갈 필요성이 있다.


제조업 위기는 시야를 제조 분야 스타트업으로 돌려보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300개가 넘게 등장하는 가운데 제조업도 20여개의 글로벌 유니콘이 등장했지만 미국과 중국기업 일색이다. 우리나라는 9개의 유니콘 기업이 등장해 세계 6위의 위치이지만, 제조업 유니콘은 한 곳도 없고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의 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조업 강국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제조 스타트업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경직된 규제환경, 우호적이지 않은 자본시장, 제한적 판매경로, 미흡한 지원제도 등 환경적 요인으로 혁신제품을 만드는 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조 분야 스타트업들을 만나보면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헬스케어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한국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 미국시장부터 제품 출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혁신제품에 대해 인증을 잘 내주지 않을뿐더러 인증에 필요한 기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인증에 덜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인증받은 제품이 국내 인증을 신설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국내에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 별로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스타트업들은 제품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생산시설은 직접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국내 생산 기반이 취약해서 중국 등을 알아보게 되는데 기술 탈취의 위험도 증가한다.


투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제조 분야는 ICT나 서비스 분야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데다 회수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벤처투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다.


혁신제품이 공공조달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도 너무 협소하다. 정부는 혁신제품의 최초 구매자가 되겠다고 하지만 불가능한 경우가 너무 많다. 정부가 제품의 규격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최저가 입찰방식의 관행 속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혁신제품이 설자리가 없다.


이처럼 제조 스타트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고, 제조업의 근본적 경쟁력이 강화되길 바라는 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다. '제조업 르네상스'는 조립제품 생산 위주의 지나간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 기반의 혁신 제조업으로 변신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조 스타트업이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제조업 르네상스'로 가는 길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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