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부딪힌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유력 용의자 이춘재, 일관되게 혐의 부인
오래 전 사건에 증거 수집 어려워…수사 장기전 양상
DNA 분석·목격자 법최면 기대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국내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손꼽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춘재(56)씨가 33년 만에 특정됐지만 공식 수사 개시 일주일이 지난 현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경찰은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이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접견조사 했지만 큰 소득을 얻지 못하는 등 수사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30여년 전 목격자에 대한 법최면 수사기법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추가 DNA 감정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현재까지 5번에 걸쳐 이씨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진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 조사에서는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했지만 이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향후 조사에서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1월 충북 청주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이씨는 1급 모범수로 분류돼 있다. 무기수가 아닌 일반 수용자였으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종료됐지만, 만약 이씨가 혐의를 인정할 경우 가석방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면 수사는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이씨가 반박하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과거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현재로선 사건 당시 수집된 증거물에 대한 분석과 사건기록을 토대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엉터리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당시 수사에 허점이 많았다는 게 이번 일을 계기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세 번이나 이씨를 조사하고도 용의선상에서 제외한 게 대표적이다. 경찰은 6차 사건 발생 이후인 1987년 7월과 8차 사건 이후인 1988년 말, 1990년 초 등 세 차례에 걸쳐 이씨를 조사했으나 족장(발길이)ㆍ혈액형에 의존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과거 과학수사 기법이 매우 부족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현재에 와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우선은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증거물에서 추가적인 이씨의 DNA가 검출되느냐에 따라 수사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확인된 이씨의 DNA는 5차ㆍ7차ㆍ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검출됐다. 모방범죄로 밝혀진 8차 사건을 제외한 다른 사건의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추가로 확인된다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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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목격자를 접촉, 법최면 기법으로 단서를 찾는 것도 돌파구를 마련할 하나의 방법이다. 수사본부는 법최면전문가 2명을 지원받아 수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1999년 국내에 도입된 법최면 수사는 2017년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고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정식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목격자들이 사건 당시 이씨의 행동, 외형 등을 기억해낸다면 혐의 입증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과거 화성 인근 유사사건 등의 기록을 검토하고 대상자 접견, 프로파일러ㆍ법최면전문가 투입을 이어나가는 등 전방위적 수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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