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유엔서 '격론'…"입장차 재확인"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뉴욕=김봉수 특파원] 한일 외교장관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났지만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재고를 요구했고 우리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철회로 맞섰다. 단독만남까지 하며 상견례를 했지만 양측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여전히 입장차가 팽팽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뉴욕 유엔(UN)본부 회의실에서 만나 약 50분간 회담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의 양국 관계를 위해서라도 당국간 계속 소통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강 장관은 모테기 외무상에게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한 후 "전임 고노다로 외무상과도 소통을 이어온 만큼 앞으로 대화와 접촉을 이어 가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모두발언 후 배석자를 물리고 통역만 대동한 채 예정된 20분을 넘겨 40여분간 회담을 이어갔다. 단독 회담은 일본 측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첫 만남이다 보니 모테기 외무상이 단독 회담을 요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먼저 도착해 강 장관을 기다렸다. 다만 두 장관의 얼굴 표정은 차이가 있었다. 강 장관은 가벼운 미소를 띠었지만 모테기 장관은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두 장관의 단독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강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시정을 촉구했고,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지속되던 중 실내 온도가 약 0.1도 올라간 것 같았다"며 우회적 표현으로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외교부 측은 한일 GSOMIA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 10월 말로 예정된 일왕 즉위식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논의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모테기 외무상이 강 장관에게 GSOMIA 종료 결정 재고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강 장관은 기자들에게 "양국간 관계를 위해서 외교 당국 간 계속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있어서 공감이 있었다"면서 "한일 간 현안에 대해선 서로의 주장과 입장을 반복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