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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환상통 치료, 환자를 속이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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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절단된 환자가 비디오게임을 통해 환상통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팔이 절단된 환자가 비디오게임을 통해 환상통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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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난 이후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신체의 일부분을 절단한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느끼는 극도의 통증을 '환상통(Phantom Pain)', 또는 '환지통'이라고 합니다.


극도의 통증을 느꼈던 신체 부위나 절단된 부위에서 느껴지는 환상과도 같은 통증이라는 의미입니다. 절단부의 통증과는 다른 통증으로, 절단환자의 50~80%가 겪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절단된 부위의 불편한 이물감부터 진통제도 소용없는 극도의 통증까지 환상통의 강도와 종류는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의족이나 의수를 달면 원래의 팔이나 다리보다 짧거나 뒤틀린 것처럼 느끼는 것은 예사고, 더위나 추위, 간지러움, 압착, 쓰라림, 쑤시는 아픔, 짓누르는 감각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흔히 사지가 절단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지만, 유방 절제술이나 자궁경부 절제술 등 장기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환상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완치된 이후에도 고통을 호소하니 주변 사람들은 꾀병이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의사들도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법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고통을 당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라고 해서 '환장통'이라는 속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고통을 보여줍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서 가장 실감나게 보여주지요.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는 지뢰로 팔을 잃은 뒤 20년 넘게 환상통에 시달리는 괴팍한 성격의 집주인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하우스 박사의 선택은 납치. 집주인을 납치한 뒤 거울을 이용해 환상통을 강제로 치료해줍니다. 환상통을 치료한 집주인은 하우스 박사에게 집세를 안받을 정도로 고마워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하우스 박사의 거울치료법은 환자의 뇌가 신체 일부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방법입니다. 거울 칸막이가 설치된 상자에 남은 환자의 팔을 넣었다 빼면서 반대쪽 팔이 생겼다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뇌가 팔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 거울치료법으로 환상통에 시달리는 상이군인을 치료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 거울치료법으로 환상통에 시달리는 상이군인을 치료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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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치료법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라마찬드란이 주장한 환상통 치료법입니다. 환자의 눈과 마음을 속여 있는 것과 없는 것, 몸과 마음의 경계를 허물도록 하는 일종의 심리치료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치료법은 양팔과 양다리가 잘린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거울에 비출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아예 없어 잘린 부위를 허상으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촉각신호를 받는 뇌의 '체감각 피질'의 활동 때문입니다. 피부에 자극을 가하면 피부는 감각 신호를 뇌로 보내고, 체감각 피질에서 이 신호를 접수하면 자극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팔이 사라져도 뇌의 체감각 피질은 계속 남아 일을 하게 됩니다.


팔의 감각을 담당하는 피질은 더 이상 팔에서 오는 감각 신호를 받지 못하지만, 다른 신체에서 오는 감각 신호는 받아 들이게 되지요. 그러면서 피질이 점점 헷갈리게 됩니다. 다른 부위에서 오는 감각 신호를 팔에서 오는 신호로 착각하기도 하고, 과거의 팔이 보냈던 신호까지 기억해내기도 하면서 환상통을 불러 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말초신경계의 비정상적인 방전으로 인한 복합적 원인'이라고 표현합니다. 해결방법은 '교감신경 파괴'라는 과격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치료를 통해 환상통을 고친 사람도 있고, 어떤 치료법으로도 소용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과 치료방법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요.


최근에는 남은 팔로 게임 속의 차를 조작하는 게임을 통해 환자사 순간적으로 팔이 다시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감각을 느끼게 함으로써 환상통을 치료하는 방법, 마음 속의 특정 멜로디를 떠올리면서 그 음악에 맞춰 걷기운동을 하는 치료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합니다.


거울을 이용한 환상통 치료법은 환자 자신을 속이는 방법입니다. 진통제가 아닌 물을 넣은 주사를 맞고 통증을 느끼지 않는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환상통 치료법의 연구는 결국 환자를 얼마나 잘 속이는지에 대한 연구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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