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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 새숨결]'멈춰선 박물관도시' 오명…철길 위 '24/7' 생동감으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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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 새숨결]'멈춰선 박물관도시' 오명…철길 위 '24/7' 생동감으로 재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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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3구 '리브고슈'의 한 임대주택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정면에 철도 기지를 재생해 만든 '스타시옹 F(아치형 건물)'가 보인다. 스타시옹 F 아래로 철로부지 상부에 조성한 인공지반의 시작부분(흰색 박스 형태)을 확인할 수 있다.


부랑자 모여들던 철로 부지에 인공지반 만들어 '도심 재생'

총 250만㎡ 주택 오피스 공공·상업시설 녹지공간 '복합개발'

공공임대 3000가구 학생주택 1500가구 포함 1만5000여명 거주

고풍스러운 파리 이미지와 다른 넓고 쾌적한 신도시 재탄생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센강을 따라 동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특이한 건축물이 등장한다. 마치 책을 90도로 펼쳐 세운 것 같은 고층 건물 4개가 거대한 직사각형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고 그 중앙엔 숲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중앙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다. 이곳을 발견했다면 파리 13구 '리브고슈(Rive Gauche)'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 넓은 데크 위에선 청년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한편에는 삼삼오오 모여 춤 연습을 하는 청년들도 보였다. 도서관 주변으론 벽면 대부분을 식물이 뒤덮고 있는 건물, 새 둥지처럼 나무 조각을 덧댄 모양이 띤 건물 등 개성 있는 건물들이 즐비했다. 널찍한 도로 위로 자전거와 킥보드를 탄 이들이 지나다녔다. 걸어서 조금만 이동하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캠퍼스 '스타시옹 F'가 등장한다. 노트북 가방을 멘 젊은 창업자들의 에너지로 가득한 이곳은 1929년 만들어진 철도 기지 외관을 그대로 남겨둔 채 재생된 공간이다. 이들이 일하다 한숨 돌리며 쉬는 푸드코트엔 여전히 철길이 남아있다. 카페 역시 열차를 활용, 선로 위에 세워둬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기억하게 했다. 이곳은 파리 하면 떠오르는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샹젤리제 거리와 주변 고풍스런 건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체적으로 넓고 쾌적한 신도시 느낌이었다. 리브고슈 개발 당시 기본 개념이 '24/7, 24시간 7일 내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었다고 하니 성공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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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자 많던 철도부지, 1만5000명 사는 복합개발단지로= 이 곳이 처음부터 쾌적한 신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철로변을 중심으로 방치된 산업시설들이 센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인근 시민들이 센강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인적 드문 철로 주변에 부랑자들이 모여들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파리시는 프랑스국영철도(SNCF)로부터 이곳 땅을 싼값에 사들여 방치된 철로부지 상부에 인공지반을 조성했다. 한정된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13구역 안쪽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겐 센강까지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도 하게 됐다. 이렇게 조성해 만든 땅을 되팔아 나는 수익은 이 지역 임대주택 등에 재투자했다.

리브고슈는 총 250만㎡ 면적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58만5000㎡가 주거 용도로 사용됐다. 총 7500가구 규모로 공공주택 3000가구를 포함한 6000가구 주택과 학생용 주택 1500가구 등으로 이뤄졌다. 사무용 건물은 74만5000㎡ 면적에 지어졌다. 이밖에 상업 및 근린시설 40만5000㎡, 도서관ㆍ대학ㆍ병원 등 공공시설 72만㎡ 등으로 복합 개발됐다. 녹지공간도 넉넉히 마련해 2000여그루 나무를 심었다. 거주인구 1만5000명, 학생 3만명, 각종 업무 종업원 2만명이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다.


13구 재개발은 1965년부터 검토됐지만 지구개발계획 승인은 1991년에 받았다. 사업 검토후 본격적인 개발까지 30여년이 걸린 셈이다. 지금도 리브고슈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개발은 도서관이 위치한 복합용도지구 톨비악(TOLBIAC)에서 시작해 서쪽 사무용도지구 오스텔리츠(AUSTERLITZ), 동쪽 복합용도지구 마세나(MASSENA) 순으로 진행됐다. 마세나 가장자리와 마세나 동측 브루네슈(BRUNESEAU)는 지금도 한창 개발 중이다. 개발을 총괄한 파리개발공사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해 건물 형태, 색채 등을 꼼꼼히 따져 건축허가를 내줬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 스타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6명의 건축가가 마스터 계획을 나눠 작성했다. 그래서인지 통일성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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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3구 '리브고슈' 내 마세나 지구에 위치한 공공주택. 3단계 조경 계획을 세운 이 건물은 멀리서 보면 건물 전체가 한 그루 나무 같은 느낌을 준다. 리브고슈는 건축 스타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구별, 건물별 건축가를 따로 두고 각각 마스터플랜을 세워 개성 있는 건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싸고 깔끔한 공공주택, 개성있는 '도심재생'으로 완성"= 마세나지구 가장자리에서 햇빛을 받아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는 건물 역시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나무와 같이 생긴 'M6B2'이다. 유럽 최대 규모 임대주택 공기업인 파리 아비타가 지은 공공주택이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베란다 바깥쪽으로 사다리꼴 모양으로 꼬인 그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은 가장 먼저 빠르게 자라는 포도나무를 키워 건물을 덮고 정원에 5~10년 내 자라는 침엽수와 20년 이상 자라는 떡갈나무를 단계적으로 키워나간다는 조경 계획이 있었다. 또 다른 특징은 철길 위에 지어져 있다는 점이다. 건물 아래로 테제베(TGV)를 비롯한 기차가 지나다닌다. 베트르랑 브레 파리 아비타 회장 고문은 "건물에 탄성장치를 시공해 탄력을 부여, 진동문제를 보완했다"며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진동이나 소음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민원은 없다"고 했다.


세입자로서 가장 큰 매력은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다. 이곳의 임대료는 월 1000유로(약 135만원) 수준으로 유사한 민간주택 임대료의 절반 수준이다. M6B2에서 아래로 3분 정도 내려오면 또 다른 철길 위의 집이 눈에 띄는데, 이 곳 역시 공공주택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V자 모양의 개성 있는 건물은 왼쪽이 공공임대, 오른쪽이 민간주택으로 이뤄진 '소셜믹스' 주택이다. 베르트랑 브레 고문은 "공공주택도 '럭셔리'는 아니어도 깔끔하고 살기 좋게 만들어 인기가 있다"며 "리브고슈 프로젝트는 공공임대와 학생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주택도 함께 개발함으로써 소셜믹스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고 말했다.


리브고슈에서 센강을 가로지른 인도교만 건너면 나타나는 베르시(Bercy) 역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베르시 공원지역 건너편 파리시 소유 공지 등이 개발 대상이다. 1983년에 완성된 베르시 스포츠홀을 기점으로 거대한 베르시 공원이 위치했고 프롱드 파크 등 주거단지가 자리잡았다. 특히 와인창고를 재생해 음식점과 상점 등을 만든 베르시 빌리지엔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다. 삼각형 지붕과 2층 창 등이 동일한 형태로 늘어서있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베트르랑 브레 고문은 "베르시 역시 철로 위 상부 인공지반 등이 계획돼 있다"며 "이들 지역은 철도 시설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재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접목, 가치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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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3구 '리브고슈' 내 톨비악 지구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 도서관 한쪽 모습. 중앙 정원 맞은편에 같은 구조의 건물 2동이 서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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