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위선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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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학교를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학교와 관련된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정작 직접 상관이 없는 경우에도 마음이 왠지 불편하다. 스스로 저지른 것만 같은 착각이 일기도 하고 보다 잘살지 못한 과거가 떠오르기도 한다. 한평생 잘살다가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주위를 둘러보면 후회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지명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이 나라의 법 질서를 총괄하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교수의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와 관련된 의혹으로부터 가족펀드라고 알려진 사모펀드 자산운용회사, 그리고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과정까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중산층을 기준으로 볼 때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실들은 일부 특권층의 일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분노가 이 정도로 큰 것은 아마도 조 교수의 평소 언행과 관련이 깊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공직에 임명되거나 나서는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언사를 누구보다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고위직에 지명되면서 밝혀진 것은 과거에 본인이 비판한 인사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거나 더하지 않은가.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일반 국민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 교수는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열거한 사안들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인식인 것 같다. 그에 관해서는 법을 전공한 사람이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단지 만사가 합법적이라는 것이 한 나라의 법 질서를 담당할 인사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합법적이라는 기준 아래 이 나라가 지금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합법성의 가면 아래 나라를 피폐하게 만드는 조치에 서슴없다. 감옥가지 않을 만큼 합법적이면 나라가 어찌 되었건 하고 보는 식이다. 그런 방식으로 제일 먼저 망치기 시작한 게 경제와 안보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방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모두 정당한 절차를 따랐으니 합법이고 떳떳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치로 망가지고 힘들어진 것은 서민이고 힘없는 국민들이다.


비무장지대를 무력화하는 것도, 한미군사훈련 축소도 나라 간 합의에 따라 하는 것이니 합법적이지 않은가. 조만간 전쟁이 날 것이라고 감히 보지는 않지만 연일 쏘아대는 북한의 미사일은 평화로운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평화는 어떤 것인가? 평화경제, 도대체 우리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외교는 또 어떤가? 일본의 수출금지 조치는 타당하지도 않고 옹졸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법원의 징용관련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의 반발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에는 도덕적인 우위도 확보하지 못하고 실리도 놓쳤다. 모든 짐은 이미 힘든 국민과 기업에 넘기고는 잘난 체 하는 게 가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위선공화국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가운데 언행이 일치한 인사가 몇인가? 그들은 합법이면 무엇이든 한다. 그것이 두렵다. 조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 만들어낼 합법적 불법천지 대한민국이 두렵다. 지금까지의 언행으로도 조 교수는 위선자다. 언행이 다른 사람은 공직을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문 대통령이나 조 교수만의 나라가 아니다. 제발 나라를 합법적인 쑥대밭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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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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