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수입사, 매출 평균 30% 줄어…추석선물세트 주문 '0'건
백화점·마트, 일본 위스키·사케·맥주·화과자 등 추석선물서 제외
맥주 아사히 판매 퇴출…7월 일본 맥주 수입액 감소 '반토막'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김봉기 기자] "반일 감정이 격해지면서 7월 이후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서 발주가 전혀 없어요. 백화점 명절 선물세트 발주도 뚝 끊겼습니다."
5일 오후에 방문한 청담동의 A 수입사의 사장 한지성(47·가명) 씨는 쌓인 사케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한 씨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서 제외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후 정말 거짓말처럼 사케 주문이 뚝 끊겼다"면서 "7월 매출이 6월과 비교해 30%가량 빠졌는데, 현재 추석선물세트 주문이 단 한건도 없어 시간이 갈수록 매출은 더 빠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의 B 주류 수입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사장 김희철(51·가명) 씨는 "추석선물세트를 겨냥해 미리 들여 온 사케와 위스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반일 감정이 격화되기전에 재고를 부랴부랴 고급 술집 등에 헐값에 넘겼는데 이제는 재고떨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실제 일본 사케와 위스키 등을 취급했던 고급 술집에선 제품이 팔리지 않아 물건을 들여놓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신사동의 C 술집 사장 김서영(49·가명) 씨는 "7월 중순 이후 사케는 단 한병도 팔리지 않았다"면서 "그냥 소주를 달라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사케 전문점이다보니 찾는 발길도 줄어 매출은 30%정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일본 주류가 찬반신세다. 우선 추석선물세트에 항상 빠지지 않았던 사케는 올해 추석에는 구경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통업체는 추석선물세트에서 일본산 주류 제품을 속속 제외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추석선물 사전예약 행사에서 일본 제품은 모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당초 사케 2종류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의식해 사전예약은 물론 추석 선물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롯데백화점 역시 추석선물세트 예약기간 동안 사케 등을 비롯해 일본산 제품을 제외했고 본판매에서도 이같은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선물세트 중 주류 상품의 경우 사케를 포함했지만, 올해는 제외시켰다. 일본 화과자 전문점 화미가의 말차타르트와 특선 다이후쿠 등을 선물세트로 선보여왔던 신세계백화점은 아직 최종 상품목록을 정하진 않은 상황. 그러나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일본산 제품이 들어간 선물세트는 취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확산함에 따라 일본산 제품을 빼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명절 선물로 일본 위스키를 판매한 이마트는 올해 추석엔 제외했다. 롯데마트는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인 롯데 빅마켓을 통해 지난 설에 '아사히 스페셜 기프트 패키지'를 국내 단독으로 선보였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홈플러스도 사케나 아사히 등 일본 제품은 모든 선물세트 구성에서 뺀다.
선물세트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는 일본 맥주 판매 자체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편의점 CU의 7월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보다 51%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 판매된 일본 맥주 역시 64% 줄었다.
국내 수입 맥주 부동의 1위였던 아사히 맥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지난 6월까지 1년 간 아사히의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은 17.8%에서 15%로 2.8%포인트 줄었으며, 판매량도 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시장 전체 규모가 18.2%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하락이다. 아사히는 지난해 칭따오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계속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일본 맥주 수입액은 4월 515만8000달러에서 5월 594만8000달러, 6월 790만4000달러로 계속 늘다가 7월에는 434만2000달러로 전달 790만4000달러에 비해 45.1% 감소, 반토막이 났다. 작년 7월(663만9천달러)에 비해선 34.6% 줄었다. 역대 7월 수입액과 비교해봐도 2011년 동일본 지진과 그로 인한 원전 폭발사고 여파로 일본 맥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회복하기 시작한 2015년(502만달러)보다 못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의 주요 대상으로 지목돼 마트와 편의점 등지의 판매대에서 퇴출되고 있으며, 유통업계 신규 발주는 0건이기 때문에 갈수록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감소할 것"이라며 "당연히 추석선물세트에서도 일본 맥주나 사케, 화과자 등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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