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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게 다 강남, 네 탓이다

최종수정 2019.08.05 13:43 기사입력 2019.08.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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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게 다 강남, 네 탓이다

"분양가 상한제, 전월세 상한제, 후분양제….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거대 정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 너무 조용합니다. 논쟁이 싹 사라졌네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연구기관의 한 박사가 전한 부동산학계 분위기다. "어차피 뜻대로 할 텐데…"라는 자조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정답은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우리 식으로 접목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조용히 있는 학계도 반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을 핵심으로 한 부동산 대책이 조만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는 사업 시행자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 가격을 산정해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정부가 아파트의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대책의 '끝판왕'으로도 불린다. 1963년 공공주택에 첫 등장한 후 사실상 집값이 폭등할 때 마지막 카드로 쓰였다. '집값 안정'이란 효과를 즉각 거둘 수 있어서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올해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반등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분양가 상한제의 확대 시행을 공식화했다. 타깃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고 후분양을 검토하던 '강남 재건축'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의 기준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완화하는 한편 상한제 적용 시점을 입주자 모집 공고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사실 강남을 정조준한 부동산 대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후 줄곧 강남을 콕 찍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올해 들어 시끄러웠던 공시 가격 현실화율 역시 고가 주택이 몰린 '강남'에 방점이 찍혔다. 강남에 몰린 투기 세력들이 불안감을 조장해 서울 강북은 물론 전국 주요 도시의 집값을 띄우고 있는 만큼 진원지인 강남의 싹부터 뽑겠다는 심산에서였다.


하지만 강남 집값 대책의 끝판왕으로 꺼내든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신규 주택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 부족은 중장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로또 분양의 폐해도 적지 않다. 만약 분양가 상한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후 쓸 카드도 마땅치 않아진다.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론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강남을 적폐 청산 대상의 하나로 규정해 시행할 대책이다 보니 선뜻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강남은 대다수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분노의 대상이란 특수성이 있지 않은가. 이러는 사이 정부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강남 프레임에 갇혀 있다 보니 뒷북으로 대응하기 바쁘고, 이는 다시 부작용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청약시장에서 현금 부자들의 '줍줍(청약을 통해 미계약된 물량을 가용자금이 풍부한 현금 부자들이 줍고 또 줍는다는 뜻)'을 막고자 청약 예비 당첨 배수를 80%에서 500%로 크게 확대한 대책은 되레 무주택자의 예비 당첨 기회를 빼앗는 악수가 됐다.

부동산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서민들이 받는다. 특히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마련한 대책이 실패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진다. 이미 우리는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말 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꺼낸 후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의 집값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0.02% 뛰며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기 직전 지난 6월 서울 집값 변동률은 3일 -0.02%, 10일 -0.01%, 17일 -0.1%, 24일 0.00%였다. 김 장관의 경고 후 되레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이다. 이는 분명 정부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일 테다. 지금처럼 강남에 매몰된 대책을 펴서는 안 될 이유다. 단순히 부동산시장을 강남, 비강남으로 나눠 대응하다간 정책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을 수 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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