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결국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바이오주가 몰락하면서 600선을 위협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한 지난 2일에는 코스피 124개와 코스닥 153개 등 총 277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우리 증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1년여를 넘게 끌어 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에 나섰다는 사건이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를 위축하게 만든 요인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세계 증시에서 유독 우리 증시만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까지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과 대만 등 주변국들 역시 연초 이후 10%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전격적 금리 인하로 경기에 활력이 돌고 있는 인도의 센섹스지수와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보복에 나선 일본의 증시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코스피는 마이너스 상승률로 돌아서며 이른바 '왕따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말조차 나온다. 올 들어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 20개국(G20) 중 19위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외부 악재 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의 약화라는 내부의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대비 8.5% 감소했다. 내수 또한 부진하면서 코스피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졌다.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절반가량이 '어닝 쇼크'를 보일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된다.
바이오 섹터 '엑소더스'로 인한 코스닥 지수의 추가 하락마저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악재가 흡사 과거 건설 호황기 부실공사로 무너져 내렸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사고와 다르지 않다는 말조차 나온다. 특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코스닥벤처펀드의 현황은 참혹하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요 코스닥벤처펀드 46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8%, 3개월 간 평균 수익률은 무려 -13%에 이른다. 소득공제 등 각종 혜택에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또 하나의 서민 경제 부담 요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상황과 경기지표들에 대한 정부의 낙관적 기대는 여전하다.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위험 신호에도 우리 경제의 높은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최악의 상황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란 주장만이 반복되는 동안 시장 참가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유명한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주인공 마속은 본디 제갈량의 남만 정벌 당시 현지인의 마음을 얻는 심전(心戰)을 조언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위나라 장군 장합과 싸운 가정 전투에서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대를 산 위에 주둔시키는 실책으로 인해 패장이 됐다. 적군이 자신의 책략대로만 따라올 것이라는 과한 믿음은 결국 마속을 아꼈던 제갈량이 울면서 그의 목을 치게 만드는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국가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다만 어느 한 사람으로 대신할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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