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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호모 사피엔스의 역진(逆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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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이만기는 이제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친근한 웃음을 터뜨린다. 가공할 종아리로 왕년의 추억을 이따금 소환할 따름이다. 각 종목마다 레전드라는 이름이 무색치 않은 스타들이 있기 마련인데, 씨름은 역시 이만기다.


천하장사 10회. 해외 리그가 없는 종목이라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그가 더욱 전설로 남게 된 것은 영웅 드라마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라급으로 출발한 그가 더 큰 덩치를 가진 백두급 선수들을 매번 넘어뜨렸다.

대부분 스포츠가 그렇지만 씨름이야말로 힘의 상징 같은 종목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매양 몸무게로 순위가 정해져서야 보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만기는 적잖은 무게 차이를 극복하고 매번 황소의 주인이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어려운 산을 오르는 사람일수록 가치도 올라간다.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이런 과정을 거쳐 존재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골격과 뇌가 컸다고 한다. 도구와 불을 사용했고 추위에도 잘 견뎠다.


한라급 호모 사피엔스가 이런 백두급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치고 생존의 승리자가 된 데에는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지혁명과 함께 공유와 협력을 제시했다. "일대일 결투라면 네안데르탈인이 사피엔스를 이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명이 맞붙는다면 네안데르탈인에게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네안데르탈인은)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급속하게 바뀌는 외부의 도전에 맞게 자신들의 사회적 행태를 바꿔 적응할 수도 없었다."

인류는 교역을 통해 전체적인 부를 키워왔으며 만인의 투쟁 상태의 긴장을 이완시켜왔다.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은 세계가 다른 국면으로 역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옆나라 일본의 행태는 협력의 DNA를 거스르는 단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역사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물론 길게 보면 거대한 전진의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짧게 보자면 역진의 고통과 시련이 보인다. 협력 대신 반목, 혹은 그 이면에 있는 욕망의 그림자가 짙어간다. 물론 이미 불거진 갈등에서 물러서면 다음엔 억압으로 비화할 수 있다. 거칠어도, 가야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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