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의 습격…위험해진 식탁물가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이지은 기자] "지난해 8월 발병 초기에만 해도 통제 가능하다고 했던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 완전히 무너졌다" (중국 베이징의 돼지고기 업계 관계자)
지난해 8월 중국 북부지역인 랴오닝성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불과 8개월만에 최남단 섬인 하이난성까지 번졌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총 129건의 ASF 감염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102만마리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실제 살처분된 돼지가 정부 발표를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억7592만마리였던 중국내 돼지 수는 3월말 3억7525만마리로 21%나 급감했다.
ASF의 급속한 확산에 전세계도 초긴장 상태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의 49.3%가 중국에서 소비됐으며, 전세계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도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ASF 여파로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이 올해 20~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돼지 수는 40% 가량 줄 것으로 예측했다.
또 ASF로 죽거나 살처분되는 돼지가 올해 말까지 1억30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공급 부족 사태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올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70% 이상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ASF가 짧은 시간에 중국 대륙 전체로 퍼진 것은 허술한 방역체계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베이징의 한 업계 관계자는 "병에 걸리면 살처분 해야 하지만 관리ㆍ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몰래 내다파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SF 파동으로 현재 베이징 신파디(新發地) 육류도매시장에서 팔리는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당 20위안(약 3400원)선으로, 작년 동기대비 약 20% 넘게 오른 상황이다. 다급해진 중국 당국은 62%의 고율 관세를 무릅쓰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까지 늘리고 있지만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기는 커녕 최근에는 닭고기 등 대체제까지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신파디 육류도매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구이용 닭 가격은 ㎏당 14위안으로 두 달 전 보다 27% 가량 올랐다. 중국 원자재 전문 정보제공업체인 SCI에 따르면 이번주 중국 전역의 닭고기 평균 도매 가격은 ㎏당 10.86위안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68% 이상 상승했다. 가오샹 SCI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조류독감 때문에 가금류 수입을 제한하면서 닭고기 수급에도 여유가 없다"며 "ASF 탓에 닭고기로 수요가 더 몰리면서 당분간 수개월 동안 닭고기 가격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한달 새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직접 영향권에 들어섰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돼지고기 100g(삼겹살, 국산냉장, 중품 기준)의 소매가는 이달 26일 기준 2001원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2000원을 넘어섰다. 한 달 새 15.6%, 일주일 새 3%가 뛴 가격이다. 평년 수준(1733원)과 비교하면 3.5% 높은 가격이다. ASF로 인한 수입량 감소가 전체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값은 평년 수준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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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돼지고기 가격 상승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농업관측본부는 내달 돼지 도매가가 전년 동기(㎏당 4635원) 대비 최대 3.6% 높은 4600~480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내 ASF 피해가 더 커지면 가격 상승폭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농업관측본부 관계자는 "열병 확산,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시 한국의 수입량이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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