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오바마 지우기·2020대선 유대계 표심잡기 나서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예외 국가 연장 여부 주요 변수로

원유생산시설. 자료사진. 출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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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2017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지난 2년여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동 정책은 말 그대로 이슬람권에 대한 강경 일변도다. 취임 직후 이슬람권 7개국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시키고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폐기하면서 이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유산 지우기에 올인해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의 영유권을 공식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란의 정규군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집단으로 공식 지정하며 중동의 판세를 뒤흔들 예민한 폭탄만 터뜨리는 형국이다.


◇ 왜 자꾸 중동의 뇌관을 건드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초강경 행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유산 지우기 외에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재선을 위해 지지 세력인 유대계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2016년 말 대선 당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데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ㆍJCPOA 파기 등 친이스라엘ㆍ반이슬람국가 공약을 내건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현실화가 불가능하리라 예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두 공약 모두 실천해 '오바마 지우기'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도 미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큰손인 데다 대선 때마다 엄청난 모금액을 기부하는 유대계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년여 남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속을 위해 대선 공약 실천을 통한 친이스라엘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유의 동맹 관계 및 장기적ㆍ상호적 이익엔 관심 없이 단기적 이해 관계만 추구하는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4선 도전을 돕기 위한 정치적 동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동 강경책이 원유 가격 상승만 부추길 경우 가솔린 가격에 민감한 미 국민의 특성상 대선 행보에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정책이 자칫 중동 평화의 근간을 흔들며 자칫 5차 중동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마틴 인디크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들(이스라엘과 미국 정부)은 평화안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지상에서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법 마련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집단 지정으로 이란 내부에서는 전쟁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트리타 파르시 국립이란아메리카평의회 설립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런 조치는 이란과의 긴장을 평화롭게 해소하기 위한 잠재적인 문을 폐쇄하는 것"이라며 "모든 문이 닫히고 외교가 불가능해지면 전쟁은 본질적으로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유소. 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내 주유소.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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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100달러까지 갈 수도

국제 유가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가시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속에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정책 결의, 중동 정세 악화, 이란ㆍ베네수엘라 등의 석유 수출 감소 등에 따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와 관련, 에드워드 모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7일 미 CNBC에 출연해 "OPEC을 비롯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공급량이 줄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석유시장이 과매도 상황이며 수급 여건이 타이트해 2분기 또는 3분기에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란산 원유 수입 8개 국가에 대한 제재 예외 조치 연장 여부를 주요 변수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일까지 예외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절한 때(in due course)에 결정할 것"이라며 "유럽뿐만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전 세계의 기업들에 위험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거래들에 대해 명확성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지만 한국과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6개월마다 갱신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시적 예외 조치를 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리비아 내전 격화로 리비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예상돼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예외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터키 등 5개국은 예외를 연장하되 허용 수입량이 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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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각에선 골란고원을 성지로 여기는 이슬람 국가들과 '강경 대응'을 예고한 이란의 격렬한 반발로 '5차 중동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악의 상황에선 최대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연초까지만 해도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은 올해 베네수엘라ㆍ리비아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 원유 재고량 증가세, OPEC 감산 시작 등을 이유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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