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기자수첩]은행 해외진출 하라면서…또 외국계銀 고배당 질타

최종수정 2019.03.28 11:02 기사입력 2019.03.28 11:02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은행 해외진출의 본질은 사실상 뽑아먹으러 가는 겁니다. 우리보다 금융 환경이 뒤쳐진 지역에서 자본력과 시스템을 앞세워 뽑아먹는 것,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한 국내 시중은행 임원의 말이다. 은행들은 주요 딜이 이뤄지는 기업투자금융(CIB) 외에는 선진 금융시장보다 금융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지역을 해외 영토 확장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현지 규제당국이 정해준 틀 안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들은 돈을 벌어오는 게 본질이다.


요즘 은행과 금융당국 모두 한목소리로 해외 진출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것 같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여당 의원은 한국씨티ㆍSC제일은행의 고배당을 질타했다. 외국인 지분이 사실상 100%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해 배당금으로 당기순이익의 3배 안팎인 각각 9341억원, 6120억원을 챙겨가서다. 언뜻 보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국부유출' 같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외국계 은행으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에 대비해 8억달러(당시 약 1조300억원)를 본사에서 확충했다. 당시 자본확충으로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2018년말 기준 19.01%에 달한다. 은행들 중 가장 높다. 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즉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된다. 결국 지난해 고배당은 10여년 전 대규모 자본확충에 따른 자본 효율화 목적이란 게 한국씨티은행의 주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한국씨티은행은 과거에 많은 돈을 들여와 BIS 비율이 높다. 배당을 제한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자유롭게 돈을 가져가야 자유롭게 돈을 가져온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적절하게 답변을 잘했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배당에 일일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국내 금융 소비자는 좋은 서비스를 누리고, 외국계 은행은 자유롭게 돈을 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외국계 자본 입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 수는 2014년말 164개에서 2017년말 165개로 몇년째 정체 상태다. 과도한 규제는 국내 시장 엑소더스를 부추길 뿐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앞다퉈 독려하면서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을 매번 '먹튀'라고 비판하는 것은 국내 금융 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