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연희동 자택서 광주 출발…보수단체 "가지말라"출석 반대 시위(종합)

11일 전씨, 사자명예훼손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 출석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전씨 자택서 '광주재판 반대 시위'
"전두환, 아직 영웅이라고 보냐" 질문에…보수단체, 취재진 폭행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법정출석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송승윤 기자, 최호경 수습기자]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광주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8시32분 전씨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왔다. 알츠하이머 등을 앓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부축을 받지 않고 직접 걷는 모습이었다. 검은색 정장에 노란색 넥타이 차림을 한 전씨는 취재진 쪽을 한 번 힐끗 쳐다본 뒤 아무 말 없이 곧바로 에쿠스 승용차에 탑승했다. 그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와 경호요원들도 함께 광주로 떠났다. 큰길로 나가는 골목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전씨가 탑승한 승용차 앞을 가로막았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출석에 앞서 전씨의 자택 앞에선 이른 아침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결해 그의 법원 출석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 명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자택을 찾아와 시위 공간을 확보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자유연대 측은 "밤을 새며 시위 현장을 지켰다"며 "취재진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비켜달라"고 요구했다.

23년 만에 다시 5.18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일인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전 전 대통령 재판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자유연대 측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전씨의 집으로 이어지는 연희로 27다길과 27나길에서 전씨의 법정출석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군복을 차려입은 노인들이 대부분인 자유대한호국단에서는 검은 승합차 위에 올라가 확성기를 틀고 "광주의 법과 우리나라 법이 다르냐 썩을놈들아. 전두환 여든 넘고 치매도 있다는데…", "극우단체라고하면 싹다 고소할 것이냐"라는 등 소리치기도 했다. 또한 보수 유튜버 수십 명이 몰려들어 전씨 집 앞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2개팀과 의경 1개 중대 등 60여명을 비롯해 기동대 수백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으며 폭동이라고 주장한 보수논객 지만원씨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대에 합류한 지씨는 "5.18은 지역감정, 이념대립이 모두 포함돼 있는 대한민국의 핵심 쟁점사항"이라며 "광주는 이념싸움의 당사자, 지역감정의 당사자인데 왜 구태여 광주에서 재판하냐"고 발언했다.

11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지법으로 출발한 이후 보수단체 회원들이 취재진을 폭행하려 시도다. 한 기자가 보수논객 지만원씨에게 "전두환씨를 아직도 영웅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이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해당 기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사진은 경찰들이 해당기자 주위를 에워싸고 충돌을 막고 있는 모습

전씨의 차량이 빠져나간뒤 보수단체 회원들이 취재진을 폭행하는 등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 취재진이 지만원씨에게 "전두환 씨를 아직도 영웅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에 자유연대 회원 수명이 해당 기자를 폭행하려 달려들었다. 경찰들이 막아섰지만 "기레기 XX", "빨갱이는 때려죽여도 된다"며 거칠게 밀치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충돌은 해당 기자가 다른 곳으로 피신하면서 일단락됐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ㆍ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향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광주지법 재판부는 앞서 전씨가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를 호소하며 재판에 2차례 불출석하자 구인장을 발부한 바 있다. 전씨에 대한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최호경 수습기자 ch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