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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①스마트 시대, 스마트에 좌절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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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처럼 주인을 따라다니는 스마트캐리어.[사진=트래블메이트 홍보영상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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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이제 명사 앞에 '스마트(Smart)'가 붙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로 스마트라는 접두어는 보편화됐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면서 이제 스마트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이 된 듯합니다. 그러나 기업에게 스마트는 좌절의 아이콘이기도 했습니다.


갈대와 같은 고객의 마음을 스마트로 사로잡으려 했지만 제품의 본질을 가벼이 여겨 실패한 기업이 있고,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스마트 기술만 앞세웠다 혼쭐이 난 기업도 있습니다. 한때 스마트캐리어 시장의 선두주자로 군림했던 '블루스마트'와 경영학 교과서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빠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가 대표적입니다.

블루스마트는 최근 몇 년간의 스마트캐리어 황금시대를 선두에서 이끌던 스마트캐리어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스마트캐리어는 스마트폰 충전, 수화물 추적, 자동 무게측정, 스마트폰으로 여닫기, 탈 수 있는 기능, 손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주인을 따르는 기능 등 혁신적이고 놀라운 기능들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2017년 연말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이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스마트캐리어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면서 스마트캐리어 시장은 출렁거립니다. 그러자 업계는 양분됩니다. 스마트 기능을 더 추가하려던 블루스마트 등 일부 기업은 내리막을 걸었고, 스마트 기능보다 고객이 원하는 캐리어만들기에 집중했던 블루스마트의 경쟁사인 어웨이는 오히려 승승장구합니다.


업계 1위로 스마트 기능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블루스마트는 지난해 5월 다른 회사에 매각되면서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반면, 경쟁사였던 어웨이는 같은 시기에 5000만 달러의 추가 투자를 받았고, 매출은 2016년 대비 5배나 늘어나면서 업계 선두로 우뚝서게 됩니다.

어웨이는 고가품에 비해 뒤지지 않는 고품질,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더 가볍고 더 싼 다양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나 짐가방의 역할을 넘은 스마트 기기로 만들려고 했던 블루스마트는 고객이 진정 원했던 것은 스마트가 아니라는 점을 몰랐던 것이지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로 이름을 날렸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 적응에 실패해 스마트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흑역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노키아가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노키아의 실패는 스마트폰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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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기 11년 전인 1996년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를 출시하는데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40%를 넘나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노키아의 야심작이었습니다.


무게 397g의 무겁고 둔탁한 모습이지만 접이식으로 펼치면 키보드와 화면이 나타나고, 인터넷을 연결해 검색과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화와 팩스 송수신은 기본이고, 카메라만 없을 뿐 지금의 스마트폰과 성능은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휴대폰이 통화와 문자 전송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는 시장에서 외면받게 됩니다. 통신망이 문제였습니다. 당시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통신망을 사용하던 시대로 이 제품의 실력을 뒷받침해줄 통신망이 없었던 것이지요. 스마트폰의 사용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앞선 기술의 우수한 제품을 사장시킨 경우입니다.


지금의 노키아는 스마트폰 등 무선기기를 인터넷과 연결해주는 무선 네트워크장비(기지국) 시장의 강자로 부활했습니다. 네트워크가 없어 쓴잔을 마셔야 했던 당시의 아픈 기억이 오늘날 무선 네트워크장비의 강한 자극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노키아와 블루스마트의 실패는 아무리 좋은 제품도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정확한 예측, 고객의 욕구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줍니다. 시장과 고객은 기업가나 기업보다 더 스마트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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