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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새벽 지하철, 늘어난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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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 기자의 특성상 거의 매일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첫 지하철의 풍경은 다른 시간대와는 좀 다르다. 흔히 출근 시간대라고 불리는 7~9시엔 말끔히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대다수겠지만 새벽 첫 차를 타는 이들은 대부분 두터운 점퍼와 편한 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차림새로 미루어 볼 때 새벽 일을 나가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짐작된다. 업종은 다르지만 '새벽 출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묘한 동료애까지 느꼈다.


새벽 시간에도 불구하고 첫 지하철은 늘 이런 분들로 붐볐었다. 빈 자리를 찾지 못해 한참 동안을 서서 가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변화가 생겼다. 빈자리가 많아진 것이다. 덕분에 최근엔 편하게 자리에 앉아 부족한 잠을 자거나 조간 신문을 읽으며 출근할 수 있게 됐다. 늘어난 빈자리 덕에 느긋함을 즐기던 어느날 문득 "왜 빈자리가 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러한 궁금증은 최근 정부의 일자리 통계를 보고서야 다소나마 풀 수 있었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단순 노무 종사자로 취업한 이들은 358만9000명으로 1년전보다 10만1000명이 줄어 들었다. 이같은 감소 규모는 지난 2013년 1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직업별 취업자 수를 집계한 이래 최대폭이라고 한다. 단순 노무자들은 음식배달원, 청소원, 경비원, 주유원, 주차관리원, 이삿짐 운반원 등이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122만4000명으로 19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만9000명 줄었다.


일자리가 이렇게 많이 감소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수출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다 보니 고용이 얼어붙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경비원, 청소원 등 사회 취약 계층부터 타격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면 내수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제조업이 살아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성균관대에서 국내 55개 경제 관련 학회가 참여한 가운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박근혜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할 때 경제성장률 및 투자성장률 증가율이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소득양극화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김대일ㆍ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감소폭의 27%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로 분석됐다. 특히 일용직(75.5%), 임시직(62.3%) 등 취약계층일 수록 최저임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이들은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은 피해를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이 작년(16.4%)에 이어 올해(10.9%)에도 크게 오르면서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곧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현장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민주노총, 한국노총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용직, 임시직, 자영업자, 소상공인 모두 촛불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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