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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①가정에 '소셜로봇'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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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사용자. 지보(사진 오른쪽)는 이제 실패한 소셜로봇이 됐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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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주변에는 로봇이 늘어날까요?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로봇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가정에서는 의외로 로봇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24시간 대화하며 함께 생활하는데 실제 생활에서 그런 모습은 목격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요즘은 소셜로봇이 대세입니다. 소셜로봇은 로봇이 사람과 대화로 의사소통하고,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감성적 교류가 가능한 로봇입니다. 그래서 고령화와 1인 가족 증가, 가족 해체 등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기도 합니다.

2012년 미국 MIT 대학의 신사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교수는 최초의 소셜로봇 '지보(Jibo)'를 만듭니다. 뉴스나 날씨에 대해 대화하고 얼굴은 애니메이션 아이콘으로 감정도 표현해 기대를 모았고, 2017년 미국 시사주간지 'TIME'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25선에 선정돼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셜로봇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협동 로봇업체인 리씽크 로보틱스와 소셜로봇업체인 지보가 함께 폐업했습니다. 이들은 아예 회사가 문을 닫았지만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질 소셜로봇은 줄을 섰습니다. 소셜로봇 시장의 퇴보일까요?


독일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쿠리(Kuri)',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대만 에이수스의 '젠보(Zenbo)' 등은 이미 시장 퇴출이 결정됐거나 퇴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도 소셜로봇의 개념이 적용된 공장자동화 로봇인 백스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보다 더 인간적(?)인 소셜로봇들은 왜 가정에서 외면할까요?

아이와 대화하는 동반자 로봇 '큐리'(사진 왼쪽).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이와 대화하는 동반자 로봇 '큐리'(사진 왼쪽).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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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비싸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의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소셜로봇 시장에 많은 과제를 안겨줍니다.

응답자의 61%는 로봇에 대해 편안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고작 16%만이 로봇에게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청소나 방범, 아동과 노인케어 로봇에 대한 흥미도 기대치보다 낮았습니다. 청소 20%, 방범 17%, 안동 및 노인케어 9% 정도로 가정용 로봇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봇 가격은 어떨까요? 미국인들이 일상적인 일을 대신해주는 가정용 로봇을 구매할 때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은 250달러 이하(42%), 251~500달러(10%), 501~750달러(3%), 1000달러 이상(3%), 무응답(3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500달러 미만의 로봇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봇 업체들의 출시하는 로봇들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비쌉니다.


가족 구성원과 애완동물도 구분할 수 있는 동반자 로봇인 귀여운 외모의 쿠리는 700달러 이상입니다. 페퍼의 가격은 이 보다 싸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가정용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가정에서 활용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많지 않아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젠보도 터치 스크린으로 감정을 표시하고 가족과 대화할 수 있지만 가정용으로 인기가 없어 기업용 서비스 로봇 등으로 타깃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생산되지 않는 지보의 소비자 가격은 899달러였습니다.


지보의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Echo)'입니다. 에코는 99달러입니다. 유사 상품도 많이 출시됐습니다. 지금 로봇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코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소비자의 인기 측면에서 살펴보면, 초창기의 소셜로봇이라 할 수 있는 '아이보(Aibo)'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로봇 '아이보(Aibo)'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반려로봇 '아이보(Aibo)'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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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는 소니가 1999년에 출시한 강아지 모양의 로봇으로 '반려 로봇'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아이보의 가격은 2500달러로 당시 매우 비싼 금액이었지만 200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5만대 이상 판매됐다고 합니다. 에코와 아이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에코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휴먼로봇과 생김새나 형태가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입니다. 강아지 모양인 아이보는 움직일 수 있지만 에코나 지보처럼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화하지 못하고 그냥 강아지처럼 짖을뿐 이지요.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지보보다 에코나 아이보를 많이 구매했습니다. 에코는 꼭 필요한 기능만 갖췄지만 지보보다 10배나 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그렇다면, 비싼 아이보는 왜 잘 팔렸을까요? 인간과 로봇이 꼭 대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보는 인간에게 복종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소비자)의 편이 돼 주는 것이지요. 게다가 귀찮은 배변이나 사료, 기생충, 털처리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편리함을 갖추고, 대화하지 않아도 들어 줄 수 있는 존재. 굳이 깊은 감정을 표현하진 못해도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로봇. 그것이 인간이 바라는 로봇의 이상형 아닐까요?


윤리나 법적 잣대가 필요 없는, 신의 섭리를 논하기 이전인 한계점까지의 존재. 인간은 복잡하지 않게, 소유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로봇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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