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건물 출입구에서 책상에 앉을 때까지 인공지능이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문을 열어준다. 책상에 앉아서는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근무한다. 해외 바이어와의 회의는 혼합현실(MR)로 진행한다. 잠시 휴식을 위해 카페테리아에 가면 AI 로봇이 커피를 끓여준다.
5G로 똑똑해진 사무실의 모습이다. SK텔레콤 은 13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빌딩 내 구축한 '5G스마트오피스'를 공개했다.
사무실에 PC가 사라졌다
이 곳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되는 아이템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직장인의 상징 중 하나인 출입카드다. 출입카드 대신 안면인식 AI 시스템이 출입자를 바로 알아본다. 출입구 뿐만 아니라 사무실 도착까지 각종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출입을 통제하는 AI는 3000가지 특징을 통해 출입 가능한 자를 정확하게 판별했다. AI는 향후 감정까지 인식한다. 교통지옥에 스트레스를 받고 출근하면 환한 햇볕이 드는 자리를 추천하거나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추천하는 식이다. 류희정 SK텔레콤 워크인프라 사업팀 매니저는 이같은 기능을 갖춘 '5G워킹쓰루 시스템'을 소개하며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출입카드의 중요성이 커진 직장인들을 위한 근무시간 체크 시스템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도 사라졌다. 사무실에는 컴퓨터 대신 5G 스마트폰을 꽂으면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하는 '5G VDI 도킹시스템'이 자리했다. 정보화시대의 시작을 알렸던 PC가 사무실에서 퇴출되면서 5G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류 매니저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도입되면 스마트폰을 활용하더라도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물리적 네트워크를 데이터 수요에 따라 제공한다.
컴퓨터가 사라지니 전용석이 사라졌다. 임원실도 없고, 부서 간 칸막이도 없었다. 폰만 있으면 어느 자리거나 업무가 가능했다. 집에서도 직장에 있는 것처럼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지난 한 달 간 근무한 직원들은 공간을 쪼개지 않으니 소통이나 협업(59%)이 크게 늘고, 업무 집중도도 향상(68%)됐으며, 워라벨도 높아졌다(80%)고 평가했다.
사무실의 공유 개념 강화
회의는 IT 리얼텔레프레즌스 시스템으로 진행했다. VR과 AR을 접목한 혼합현실(MR) 회의다. AR글라스를 쓰면 가상공간에서 대용량 영상 자료나 3D 도면을 함께 볼 수 있다. 류 매니저는 "5G의 보편화는 MR회의를 홀로그램 영상회의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오피스 근무 후 출장 건이 약 28%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5G카페테리아에서는 영상분석을 통해 음료수를 가져간 직원의 신원을 확인해 자동으로 정산한다. 직원들이 노래방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VR소셜 노래방도 눈길을 끈다.
신상규 ER그룹장은 "2300개의 센서로 몰입, 협업, 소통할 수 있는 사무 환경을 만들었다"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 사무공간도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점차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 은 스마트오피스 요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고영선 5GX IoT/Data 사업3팀 팀장은 "5G 스마트오피스는 5G 시대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공유 오피스에 적용하거나, 솔루션으로 판매하거나, 클라우드를 통한 사업모델 등이 강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 참석한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회의가 있다며 행사 도중 급히 자리를 떠났다. 스마트오피스를 코앞에 두고 KTX를 타러 떠났다. 사무실의 스마트한 변화는 단순히 사무공간의 편의를 높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업무 효율성이나 환경 전체를 바꾸는 혁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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