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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해봐, 보증금 못줘" 집주인 어깃장…수천만원 볼모잡힌 대학생들

최종수정 2019.02.07 16:01 기사입력 2019.02.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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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가 원룸촌 모습

한 대학가 원룸촌 모습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소송 걸어봐. 보증금 못 줘"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김학민씨(25)는 전세계약이 끝나 집주인 장모씨(52)에게 보증금 3000만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장씨는 못 주겠다고 버텼다. "청소가 안 돼 있다", "멀쩡하던 문짝이 고장났다"는 것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이유다. 결국 김씨는 120만원을 들여 문짝을 교체하고 베란다에 곰팡이까지 제거해야 했다.


취업준비생인 최호진씨(26)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달 중순 집주인 서모씨(68)로부터 "보증금 45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올려야 연장 계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가 계약연장을 거부하자 집주인은 "계약 만료 한 달 전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냐"며 "보증금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주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새로운 자취방을 구하고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보증금을 제때 못냈고 임대계약이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7일 새 학기를 맞는 대학가는 원룸 구하기 전쟁 중이다. 저렴하고 조건이 좋은 방을 찾기 위해 청춘들이 영하의 날씨를 뚫고 발품을 판다. 이 와중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대학생ㆍ사회초년생들의 사례도 늘고 있다. 보증금 반환이 미뤄진 후 대학생들의 속앓이는 시작된다. 이사하는 방에도 보증금이 걸려있어 부모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벌려야 하는 형편이다. 김씨는 "부모님도 한도까지 은행대출을 받았다"며 "어머니가 외삼촌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사진=아시아경제 DB


지난 2015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원룸의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룸에 사는 대학생 중 44.6%는 집주인이 수리 요청을 거절하거나 계약전 정보와 다른 경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상황별로는 하자보수 요청 거절이 26.8%로 가장 많았고 계약 전 정보와 다른 경우(23.3%), 이사 시 시설물 파손 등으로 보증금에서 제한 경우(12.3%), 보증금 반환이 지연된 경우(10.4%) 등이었다.

임대차보호법상으로는 계약종료일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더라도 보증금 반환을 위한 강제력 있는 수단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 전부다. 공부로, 업무로 바쁜 대학생ㆍ사회초년생들에게 민사 소송은 부담이다. 최씨는 "소송까지 갈 경우 재판에 참여할 여력이 없을 것 같다. 주변에서도 '좋게 해결하라'는 얘기만 한다"고 토로했다. 집주인들이 '소송 걸어보라'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다.


이원희 변호사(법률사무소 희망)는 "임대인은 분명 계약 종료 시 보증금을 반환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보증금 반환을 미룬다면 전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선변제권(임차주택이 경매, 공매에 부쳐졌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부득이하게 이사해야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더라도 우선변제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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