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금괴 20톤 빼돌렸나?

블룸버그 통신, "현지 국회의원 SNS에서 주장, 신빙성 있어" 보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톤에 달하는 금괴를 몰래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호세 구에라 베네수엘라 국회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날 수도 카라카스에 착륙한 러시아 보잉777기가 중앙은행금고에 보관돼 있던 금괴 20톤을 싣고 떠났다"고 말했다.

단지 추측이나 소문에 불과할 수 있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봤다. 우선 트윗을 날린 구에리 의원은 전직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예전 동료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또 그 문제에 직접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한 인사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20톤의 금괴가 적재를 위해 중앙은행에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약 8억4000만달러(한화 9400억원)가치로, 베네수엘라 국내 보유 금괴의 20%에 해당된다.

실제 비행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지난 28일 모스코바 소재 노드윈드 항공사 소속 비행기 한 대가 카라카스 근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그러나 시몬 제르파 베네수엘라 재무부 장관은 국가 보유 금괴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면서 "시본 볼리바르 국제공항에는 러시아 비행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국가 재정 조달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외 보관된 금괴 총 100톤이 아직 그의 손아귀에 있다. 베네수엘라는 후원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수조달러의 빚을 졌고, 굶주린 국민들을 위해 음식을 사려면 현금이 필요한 상태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년간 군대를 투입해가면서 광업을 장려해 금 보유량을 늘리려 노력해왔다. 통신은 이렇게 채취된 광석들을 녹여 만들어진 금괴가 카라카스 주변의 공항에 착륙한 군용 항공기로 향한 것으로 추측했다.

한편 영국은행은 지난 26일 마두로 정권의 금괴 12억달러(한화 1조3400억원) 어치의 인출을 거절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부정한 수단으로 재선된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함에 따라 야당의 반발과 가두 시위가 거세짐에 따른 조치였다.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반정부 시위 도중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며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하자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지지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하지만 군부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집단적으로 표시하면서 상황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국영 석유 회사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군사 행동 의지를 시사하는 등 퇴진 압박에 나섰다. 특히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제재 방안 발표시 "콜롬비아로 미군 5000명을 이동시켜라"는 내용의 메모를 노출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군사적 개입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마두로 대통령도 과이도 의장의 자산 동결, 출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민병대원수를 2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결사항전' 태세를 다지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