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세상의 기운이 모이는 곳". 1968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은 종로 한복판에 커다란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면서 이 곳을 '세운(世運)'이라 이름 붙인다. 그 뒤로 종로, 청계천로, 을지로, 퇴계로 일대로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신성상가, 진양상가가 쭉 준공돼 대규모 상가촌이 만들어졌다. 1970년대에는 첨단, 만물, 신(新)문물, 이런 단어와 어울렸다.
최근에는 비교적 낮은 임대료에 끌려온 젊은 사람들이 허름한 건물 사이사이에 특이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찻집을 열었다. '레트로 감성'인가 뭐시긴가 하는 게 유행하면서 옛 느낌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순식간에 고된 노동과 가벼운 유희가 엉킨 공간이 됐다.
이 복잡한 세운에 요즘 '세상의 불행'이 모이기 시작했다. 공구상가와 공업소, 오래된 유명 식당이 모인 세운3구역 철거가 시작되면서다. 오래된 도시문화유산 보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서울시가 정비 사업을 일부 보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작은 땅을 가진 토지주, 큰 땅을 가진 토지주, 냉면집 사장, 소곱창집 사장, 고깃집 사장, 공구상가 상인과 장인, 개발을 원하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사람 모두 마음고생하는 얼굴이다. 서울시가 종합계획 수립을 약속한 연말까지, 이들은 모두 크고 작은 고초를 겪을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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