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IB시장 위축 우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징계 결정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인사철과 맞물려 다음 심의는 설 연휴 이후에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검사를 담당한 금융투자검사국장이 이달 10일 부서장 인사에서 교체된 데다 다음달 초에는 부국장ㆍ팀장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도 예정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심의 상정 여부도 거의 막판에 결정이 난 만큼 다음 달 심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제재심에서도 부당대출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키스아이비제16차'라는 특수목적회사(SPC)에 대출해줬고 이 자금은 최 회장이 자회사 SK실트론 지분(19.4%)을 확보하는 데 활용됐다. 당시 이 SPC는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금감원은 이 거래가 최 회장에 대한 개인 대출로 볼 수 있어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안이 기업금융 업무의 일환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조달자금이 SPC라는 실체가 있는 법인에 투자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재심 위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두 차례의 제재심 모두 밤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 결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를 처음으로 받으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1호'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의 징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대형 IB 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대형 IB 5개사 중 미래에셋대우가 공정거래위원회 '일감 몰아주기'에 발이 묶였고 삼성증권도 지난해 배당 오류로 징계를 받아 초대형 IB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마저 징계를 받을 경우 초대형 IB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나머지 두 곳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NH투자증권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심 결과가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자꾸 결정이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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