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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먹고 손맛 짜릿’…화천 산천어 축제, 동물학대의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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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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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최북단 작은 산촌 주민들이 일궈낸 강원 화천산천어축제가 5년 연속 15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꽤 역사가 깊은 축제라 할 수 있지만 일각에선 ‘동물학대 축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에서는 매년 다양한 동물축제가 열리고 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에 따르면 2013~15년 기준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는 86개고, 동물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은 120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천어, 송어, 오징어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재미로 잡는 천편일률적 동물축제를 두고 생명을 오락물로 소비하는 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얼음 밑에 방류된 물고기 76만여 마리에게 입질이 좋게 하기 위해 3~5일간 먹이 공급마저 중단한다. 행사를 위해 산천어 약 200톤 정도를 전국의 17개의 양식장과 계약해서 행사를 위해 공급해온다.

또 날이 풀리면서 수온이 올라가면 산천어는 집단 폐사하고 만다.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이동할 때 물고기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행사를 위해 축구장 면적의 70배 넓이의 얼음 빙판을 만든다.
얼음 두께를 두껍게 하기 위해 강 하류에 있는 흙을 모두 파헤치고 댐처럼 물을 넣는데 이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된다. 강원도 평창 송어 축제도 비슷한 실정이다. 12~1월 열리는 이 축제에는 평일 1t, 주말 2t 이상의 송어가 인근 양식장으로부터 공급된다.

'2019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 3주째로 접어든 지난 20일 축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2019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 3주째로 접어든 지난 20일 축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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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물을 이용한 대다수의 축제는 결국 가장 큰 목표가 ‘잡기’이고 목적은 ‘먹기’로 전락했다. 비난을 받는 화천 산천어축제의 경우 수만 명이 얼음 위에 올라 낚시를 하고 바로 옆에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 교실이 전국 86개 동물 축제 129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축제 중 84%가 동물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이용한 주요 프로그램 129개 중 ‘맨손 잡기’가 포함된 건 60개, ‘먹기’가 101개였다. 특히 동물이 축제 활동에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분석해 보니 심각한 가해가 포함된 축제가 108개에 달했다.

산천어축제 외에도 지자체에서 동물을 주제로 하는 지역 축제가 많이 있다. 함평 나비대축제의 경우도 농업기술센터에서 인공적으로 투입해 주는 나비들을 사용한다. 축제가 열리는 4~5월 나비를 방사하기에는 너무 일러 추워 죽는 경우가 많아 행사장에서도 나비 구경이 쉽지 않다. 또 실내에 살아남은 나비 역시 스트레스 때문에 평균 수명보다 일찍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 동물 축제는 아이들에게 생태계 현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와 달리 대략 80% 정도가 동물이 죽고 먹는 것으로 끝나버려 반 생태적 축제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해당 축제 상황을 지적하며 동물 축제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 유흥을 위해 매년 76만 마리 어류(동물)를 죽이는, 동물집단학살 축제 개선 청원’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인간 재미를 위해 76만 마리가 죽어야 끝나는 이벤트다. 인간에겐 축제라지만 희생양이 되는 산천어에겐 집단학살이자, 학대일 뿐”라며 “맨손 잡기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생태적인 축제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는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내 잣대는 내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이다. 나도 생존 본능을 가진 인간인지라 동물을 위해 내가 죽지는 못한다. 하지만 오로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 이건 내 기준으로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지적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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