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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취준생의 무너진 자존감…92년생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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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리포트-폭풍눈물 2534]
취업에 올인한 청춘 "취업 준비도 돈 있어야…"
스펙 쌓을 비용 마련하려 아르바이트
가끔 면접보면 '갑 횡포'에 좌절감

지난달 30일 아르바이트를 마친 최지영씨가 서울 동작구에 있는 자취방에서 취업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 최씨는 채용시즌이 아니어도 습관적으로 취업준비생 카페를 확인한다.

지난달 30일 아르바이트를 마친 최지영씨가 서울 동작구에 있는 자취방에서 취업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다. 최씨는 채용시즌이 아니어도 습관적으로 취업준비생 카페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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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1992년생 최지영(여ㆍ가명)씨는 자신을 '취업준비생 준비생'이라고 소개했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사람이고 '취준 준비생'은 그 스펙을 쌓을 '돈'을 마련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씨는 취준 준비생 3년 차다.

최씨는 서울 모 대학 영어영문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은 자취로 시작했다. 생활비가 만만치 않게 들었다. 집에 손을 벌리기 싫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전공 과목 학점은 4점대를 유지했다. 과외ㆍ학원 등에서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토익 등 어학 성적 만점,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몇 년 뒤로 미뤄놓고도 사실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 4학년이 됐다. 50여군데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나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최씨는 "나중에 보니 1학년 때부터 스펙 쌓기ㆍ공모전 출전ㆍ봉사활동까지 전략적으로 준비한 친구들만 제때 취업에 성공하더라"라고 말했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다시 문제는 생활비였다. 최씨는 아르바이트시장으로 되돌아갔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많이 쓸수록 취업 기회는 점점 멀어져갔다.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최씨는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자기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다. 결국 취업에 나서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마음만 먹은 채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 오는 면접 기회에는 철저히 대비했다. 기업의 역사, 자기소개서 분석, 직무ㆍ능력 정보들을 모아 읽고 또 외웠다. 그러나 취준생의 운명을 손에 쥔 '갑들의' 횡포는 최씨를 다시 한 번 좌절하게 했다. 최씨가 기억하는 한 유통 기업 면접 내용이다.
-면접관: 여자는 무조건 지방으로 발령 낼 건데 괜찮나요.
▲최씨: 네, 스무 살 때부터 혼자 살아봐서 괜찮습니다.
-면접관: 욕심이 너무 많네요.
▲최씨: …….
남자 직원을 뽑기 위한 억지 지적으로 느껴졌다.

영업직으로 지원한 또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면접관: 남자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나요.
▲최씨: 잘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 남자 형제는 있나요.
▲최씨: 없습니다.
-면접관: 남자를 잘 모르겠네요.
낄낄거리는 면접관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존감은 점점 약해졌다. 암울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내일 살 길이 막막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준생들 사이에선 '커피를 타도 사무실에서 타고 싶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그렇게 잘 못 살았나. 최씨는 자문하고 또 자문한다.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서 '나는 사회인은커녕 취준생감도 되지 못하는 인간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몇 층 버튼을 눌러야 이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수 있는 걸까요."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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