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불안' '초조'에 휩싸인 세밑(종합)
실종 고준희양 주검으로…친부, 야산에 사체 유기
신생아 사망·제천 화재·크레인 전복 등 잇단 사고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부담↑…알바생은 잘릴까 걱정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
◆인명 불안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고준희(5)양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준희양의 친부는 딸의 사체를 유기한 사실을 경찰에 자백했다. 살해 여부는 조사 중이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준희양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전날 오후 준희양의 친부인 고모(36)씨로부터 "숨진 딸을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전날 오후 10시부터 고씨가 준희양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야산을 수색, 7시간여 만인 이날 오전 4시45분께 산 중턱에서 준희양의 주검을 발견했다. 한 달여간 이어진 준희양 가족들의 거짓말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준희양이 유기된 야산은 전주 덕진구 자택에서 차로 50여분 거리인 곳으로, 발견 당시 시신은 수건으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시신 훼손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낼 방침이다.
고씨는 범행을 자백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5시30분께 전주 덕진경찰서로 압송된 고씨는 딸을 살해한 동기와 공모 여부, 유기 수법 등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이후 유기 현장으로 끌려온 고씨는 살해 이유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 관계자는 "준희양이 고의로 살해됐는지, 과실이었는지부터 내연녀, 내연녀 어머니 등과의 공모 관계까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준희양 실종 수사는 고씨의 내연녀 이모(35)씨가 지난 8일 실종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가족들은 "11월18일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경력 3000여명과 헬기, 드론까지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준희양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가족들의 행적이 수상한 점을 포착하고 친부와 내연녀, 내연녀 어머니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집중 수사를 펼쳤지만 이들은 시종일관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 끝에 압박을 느낀 고씨가 결국 진실을 실토했다. 전 국민을 안타깝게 한 '전주 5세 여아 실종 사건'은 그렇게 충격적이고 잔혹한 사건으로 전모를 드러냈다.
◆안전 불안
신생아 연쇄 사망, 화재, 크레인 전복 등 각종 대형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올 한 해를 정리해야 할 세밑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단일 화재 사건으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29일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1일 화재 발생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건물주 이씨(53)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씨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당초 연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다음 달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나흘 뒤인 지난 25일에는 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소방대원 2명 등 15명이 다쳤다. 주거지 한복판, 그것도 성탄절에 벌어진 대형 화재에 인근 주민들은 공포에 떨며 휴일을 보내야만 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지하 2층에서 용단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을 입건하는 한편 현장소장 등 공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경찰 수사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전날 병원을 2차 압수수색한 경찰은 병원 측이 신생아 감염 예방 관리 등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올해 마지막 평일인 이날도 경찰은 병원 전공의와 간호사 등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나간다. 한 병원에서 신생아가 동시에 심정지를 일으키고 2시간 내 전원 사망한 초유의 사건으로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들의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크레인 사고는 올해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28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건물 철거현장에 설치돼 있던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과 시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날 사고를 포함하면 올해에만 공사장 크레인 사고로 20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임금 불안
최저임금 7530원 시대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들 모두 초조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경우 "큰일 났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 28일 프랜차이즈 빵가게 점주 김모씨는 "최저임금이 갑자기 많이 오르게 돼 부담스럽다"며 "이제 사람 고용하는 장사는 힘들 것 같아 업종 전환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은 올해보다 16.4% 인상된 금액이다.
이들이 최저임금 급등에 대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르바이트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김씨의 빵가게도 기존에는 알바생이 평일 오전 2명, 오후 1명, 주말 오전·오후 각 2명씩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평일·주말 할 것 없이 한 명씩 줄었다. 대신 김씨와 가족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있다. 김씨는 "가맹점주들끼리 얘기해보면 70~80%가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아르바이트 정보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자영업자 304명을 대상으로 '2018년 아르바이트 채용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79.3%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 아르바이트 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15.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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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수면 카페에서 일하는 강모(22)씨는 "현재 한 달 월급으로 77만원을 받는데 내년이면 90만원 넘게 받게 돼 기분이 좋다"면서도 "사장님이 낮 시간대 알바생에게 이번 달까지만 나와달라고 통보해 나도 잘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얘기했다.
더욱 치열해질 알바시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겨울방학 동안 할 수 있는 알바를 구하는 대학생 김모(24)씨는 "본래 노동 강도가 높은 알바는 시급을 8000원으로 책정해 최저임금을 주는 알바보다 벌이가 훨씬 좋았다"면서도 "이제는 일이 쉬운 알바와 비교해도 임금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일이 쉬운 알바 쪽으로 지원자가 극심히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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