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 얘기해봐야 뭐가 바뀝니까”…강서구 크레인 사고 유족 분통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 철거 공사장에서 작업 중인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도로에 운행 중인 버스를 덮쳤다. 사고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 119구조대원들이 분주하게 현장 구조 및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고 소식 뉴스로 접해, 팔순 노모에게는 밤늦게 설명
숨진 서 씨 두 아들, 몇 년 전 아버지 떠나보내고 어머니까지
누구든 사고당할 수 있어…불안한 일상 언제쯤 해소될까
서 씨 오빠, 크레인 기사 원망 안 해…문제는 ‘안전불감증'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수빈 기자] “백날 얘기해봐야 뭐가 바뀝니까, 이 순간만 넘어가면 또 누군가 당할 텐데…”
2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건물 철거현장에서 대형 크레인 구조물이 넘어지며 버스를 덮쳐 한순간에 동생 서 모(53·여) 씨를 잃은 오빠 서 모(55) 씨는 반복되는 크레인 사고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서 씨의 유품은 작은 검정 핸드백이 전부였다.
이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급히 마련된 장례식장에 서 씨의 영정 사진은 오후 10시께 마련됐다. 오빠 서 씨는 이날 사고 소식에 대해 “뉴스를 보는 데 크레인 사고가 났다며 53세 여 사망 얘기 나오니까 설마 설마…”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크레인 협회 같은 조직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나”라며 “한마디로 이건 병폐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 내 동생이 사고를 당했지만, 이런 사고는 나도 당할 수 있고 누구든 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동생이 남편 없이 홀로 자식 뒷바라지를 하며 참 힘들게 살았다. 그런데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팔순인 어머니에게는 차마 얘기를 못 하고 종일 숨기고 있다가 늦게 알려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숨진 서 씨는 남편과 사별 후 강서구에서 혼자 살며 식당 주방에서 보조로 근무를 해왔다. 크레인이 버스를 덮치던 그 시간은 서 씨의 출근길로 누구에게나 보장된 평화로운 일상이 한순간에 깨진 셈이다.
숨진 서 씨 형제는 모두 6남매로 풍족한 가정환경은 아니었지만 다복했다. 두 아들은 몇 년 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날 사고로 어머니까지 떠나보내며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오빠 서 씨는 크레인 기사에 대해 “설마 크레인 기사가 고의로 그랬겠냐”며 “원망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크레인 관리 소흘) 누적되어왔기 때문에 일어난 거지. 계속 관행이랍시고 검사 소홀히 하고 이렇게 누적 돼 오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라며 이날 크레인 사고 원인에 대해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크레인 사고는 올해 들어서만 11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4월에는 울산 에쓰오일에서 크레인 전도사고가 발생,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어 5월에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로 6명이 사망 25명이 다쳤다. 같은달 22일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도 크레인 전도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의정부와 용인에서 크레인 전도사고가 발생 6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 철거 공사장에서 작업중인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도로에 운행중인 버스를 덮쳤다. 사고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 119 구조대원들이 분주하게 현장 구조 및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경찰은 크레인 기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현장 관리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공사관리자가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크레인 공사장비에 기계적 결합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못했거나 노후 크레인을 공사에 투입하는 등 과실 혐의점이 나오면 관련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입건할 방침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오를까 떨어질까 불안하다면…"주가 출렁여도 따박...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9시40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화장품 사옥 철거현장에서 70t짜리 이동식 크레인이 굴착기를 들어 옮기다 크레인의 팔 역할을 하는 ‘붐대’가 왕복 8차로 도로 위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 중앙부로 쓰러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버스 안에 서 있던 서 모 씨와 이 모(61) 씨가 크게 다쳐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서 씨는 병원으로 이송 중 응급차에서 숨졌다. 나머지 승객 14명은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