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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의 눈물]②모카커피의 고향, 예멘은 왜 '중동의 화약고'로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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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커피 교역항으로 명성이 높았던 예멘의 모카항의 모습.
 오늘날 카페모카 이름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사진=위키피디아)

18세기 커피 교역항으로 명성이 높았던 예멘의 모카항의 모습. 오늘날 카페모카 이름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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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금은 내전으로 참상만 보도되고 있지만, 예멘은 원래 커피의 고향 중 한 곳이자 실크로드 해상 교역의 중심기지로 예로부터 중동에서 경제, 문화가 발전된 지역 중 하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커피 종류 중 하나인 '카페모카(Caffe Mocha)'도 예멘 서북단에 위치한 모카 항구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보석으로까지 불리던 예멘이 내전의 포화에 휩싸인 것은 1960년대 남북으로 분단, 독립되면서 시작됐다. 영국의 식민 치하에서 북예멘은 1962년 먼저 독립했고, 1967년 남예멘도 독립됐지만 북쪽은 자본주의, 남쪽은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독립과 함께 분단국가가 됐다.

분단 전까지는 수에즈 운하의 길목에 놓인 주요 해상교역의 요충지로 예멘의 경제적 중심지인 아덴(Aden)은 뉴욕에 이어 세계 제2위의 항구도시로 성장할만큼 부유했다. 그러나 예멘이 남북으로 분단되고, 특히 경제 중심지였던 남예멘 지역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남북 예멘은 30년 가까이 대치하다가 1990년, 남북 합의에 의해 통일됐지만 4년만에 남북갈등이 다시 불거졌고 내전이 터졌다. 이 전쟁에서 북예멘군이 남예멘군을 격파,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이 이뤄졌다. 하지만 통일 이후 투표를 통해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선출, 장기집권을 하면서 막대한 석유자원과 각종 이권은 일부 권력자의 손에 들어갔고 국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예멘 사회의 병폐라고까지 하는 환각성 작물인 까트(Qat)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모습. 까트 재배에는 많은 물과 경작지가 필요해 식량난을 가중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위키피디아)

예멘 사회의 병폐라고까지 하는 환각성 작물인 까트(Qat)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모습. 까트 재배에는 많은 물과 경작지가 필요해 식량난을 가중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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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2011년, '아랍의 봄'이라 불리는 민주화 물결이 몰아쳐 살레 독재정권이 붕괴되자 다시 내전이 고개를 들었다. 북부는 이슬람 시아파의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이 장악했고, 남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들어와 진을 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더구나 이웃의 대국이자 수니파의 지도국가라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내전에 개입, 15만 대군으로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됐다. 한편 시아파 후티 반군은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에 나서면서 전쟁은 점차 사우디와 이란간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전쟁이 가까스로 끝나고 분열이 봉합된다고 해도 곧바로 예멘에 평화가 찾아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예멘 사회가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한지 오래됐고, 이미 지역사회는 몇몇 부족장, 무장단체들의 군웅할거에 따라 분열돼있다. 예멘 정부가 다시 회복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국가체로서 기능을 회복하려면 더 기나긴 내전에 뛰어들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파간 전쟁 이외에도 전쟁 원인의 근간에 도사리고 있는 식량난과 물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자원 수익은 부족장들이나 지방군벌들이 독식하면서 빈부격차가 극심한 상황이고, 얼마 안되는 농경지에는 식량대신 예멘 사회의 병폐라고까지 이야기되는 마약성 작물인 '까트(Qat)'가 심어져있다. 이 작물은 많은 양의 물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물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후티반군이 제거된다고 해도 평화로 가는 길목에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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