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결산-도미노인상①]화장품부터 명품백까지 줄인상…한국은 봉
[2017 유통 결산시리즈-끝]
연초, 연중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인상…소비자만 봉
혼수철 앞둔 3·9월은 예비 신혼부부 겨냥해 명품백 값 올려
韓은 봉?…인상 시기 등 알 수 없고 A/S 등 사후관리도 소홀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곧 새해인데, 또 오를까요?" 새해를 앞둔 이달 28일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명품 가격을 체크하는 소비자들이 눈에 띈다. 인상 전 구매를 염두에 둔 이들이다. 30대 직장인 왕승주 씨는 "명품브랜드들이 연초마다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리는 통에 이 시기 가격 체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새해를 앞두고 명품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올해 3차례나 제품가를 올렸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3번이다. 지난 5월 면세점 일부 제품가격을 평균 4%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9월, 11월 줄줄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달에는 대표 혼수 예물로 꼽히는 '클래식 라인'과 '보이샤넬 라인'을 각각 최대 13%, 5% 인상했다. 인상금은27만원부터 70만원.
샤넬은 두 번째 가격 인상 당시, 추후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환율 등 다른나라 가격 정책에 따라 알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2개월 뒤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최대 70만원까지 올렸다. 수십만원대 인상 금액폭에 비해, 가격 인상 이유는 초라한 모습이다. 명품 브랜드들은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고 핑계를 대며, 인상 대상 제품, 인상폭, 인상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 국내 소비자들의 답답함을 키우는 게 일상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인상은 봄, 가을 혼수철을 앞둔 시기에 몰려있다. 명품백이 대표 혼수 예물로 꼽히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을 겨냥해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려왔다. 샤넬의 경우 지난 9월 마드모아젤 빈티지, 씨씨플리쥬, 클래식 기본 장지갑 등 일부 제품 가격이 변동됐다. 대표적으로 마드모아젤 빈티지는 380만원에서 386만원으로 상승했다. 평균 인상률은 3~8%.
구찌도 지난 9월 자사 핸드백, 지갑, 신발 등 일부 제품 평균 판매 가격을 7% 인상했다. 혼수철인 지난 4월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후 두 번째다. 인기제품인 마몬트 마틀라세 플랏 체인숄더백(스몰)은 기존 245만원에서 5.3% 오른 258만원으로, 마몽 탑핸들백(미니)도 245만원에서 5.3% 오른 258만원으로 올랐다. 구찌코리아 측은 부자재 가격 변동 및 환율, 관세, 원자재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글로벌 가격 정책을 가격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또 다른 명품 발렌시아가는 지난 10월 핸드백, 주얼리, 액세서리, 슈즈 등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했다. 발렌시아가 코리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이유에 대해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고 말하며,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이 인상 대상이며, 사전 예약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명품 판매처마다 "글로벌 본사 방침", "환율 등 다른 나라 가격 정책에 따라서" 등의 모호한 답변을 늘어놓으며, 브랜드 일정, 제품가 변동사항 등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30대 예비 신부 장소영 씨는 "명품 브랜드들의 기습 인상에 화가 나지만,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면 참는 수밖에 없다"며 "'큰 손' 고객들에게는 가격 인상 일정 등을 가끔 귀띔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A/S 등 사후관리도 선진국보다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오수영 씨는 최근 '3대 명품 주얼리'로 꼽히는 A 브랜드에서는 프로포즈용 반지를 구매했다 봉변을 당했다. 직원이 실수로 반지를 빼놓고 포장한 것. 그는 "판매직원의 실수로 반지를 빼놓고 포장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브랜드측의 뻣뻣한 태도에 화가 났다"며 "그는 본사측 사과를 요구했지만, '본사측 사과를 받으려면 소송정도는 해야한다'고 판매처에서 응대했다"고 말했다.
핸드백 뿐만 아니라 수입 화장품 가격도 연례행사처럼 오른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지난 9월 자사 제품 가격을 기존보다 1000원에서 최대 1만원까지 올렸다. '갈색병'으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제품 '6세대 갈색병 리페어 에센스'(30㎖)는 9만9000원으로, 기존대비 2% 인상됐다. 금액 인상폭이 가장 큰 제품은 기능성 프리미엄 라인으로, '리-뉴트리브 라이트웨이트크림(대용량)'은 기존 49만원에서 50만원으로 비싸졌다.
국내 화장품도 마찬가지. 지난 6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숨37도는 일부 라인 가격을 최대 9.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인상 대상 제품은 타임 에너지와 워터풀 타임리스 라인으로, 각각 9.5%, 8.3% 비싸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 3월에도 프리미엄 브랜드 빌리프 가격을 인상했다. 당시 빌리프는 30여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메라 제품가가 변동됐다. 올해 1월 프리메라 '슈퍼 스프라우트 세럼'(50㎖)과 '오가니언스 큐어 아이 크림'(30㎖)가격은 각각 6.67%, 8.5%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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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수요는 여전하다. 명품 백 등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예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인기 예물인 샤넬, 에르메스 백 등은 일 년 넘게 기다려도 구매가 불가능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높은 구매 수요는 명품 브랜드들이 명확한 이유없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배짱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직장인 임수연 씨는 "단골들에게만 살짝 흘리는 '가격인상' 관련 정보는 돈과도 같다"며 "하루, 이틀 차이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제품 구매를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입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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