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 40.7℃ …아너 소사이이티 신입 회원 수도 급감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연말이면 훈훈한 기부소식이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기부 민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부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온도도 예년 같지 않고 구세군 자선냄비를 향하는 온정의 손길도 뜸하다.

2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시작한 기부 캠페인 ‘사랑의 온도’ 기부금은 목표액(3994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625억원을 기록했다. 목표액의 1%를 달성할 때마다 1℃씩 올라가는 온도계 수은주는 40.7℃를 가리키고 있다. 예년 이맘때 56℃ 수준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16℃ 가량 낮은 수치다. 고액 기부자도 크게 줄었다. 1억원 이상을 기부한 고액기부자가 가입할 수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의 신입 회원 수는 지난해 422명에서 258명으로 감소했다. 창립 10년 만에 첫 감소세다.


국민들의 기부 참여는 3년 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까지 개인 기부금액(약 7조8300억원)과 기부 참여자(약 580만명)는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기부액(약 7조7100억원)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참여 인원이 53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같이 기부 손길이 줄어든 데는 기부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부포비아(기부에 공포를 느끼는 현상)’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이미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기부 문화가 한 차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올해 불우아동 돕기 기부금 128억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과 딸의 희귀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후원금 13억원을 챙겨 엉뚱한 곳에 탕진한 ‘이영학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한 탓이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믿을 곳이 없다는 씁쓸한 인식은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남녀 2038명을 대상으로 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없다고 답한 964명 중 23.8%가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를 요청하는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AD

종교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65곳 중 63곳이 종교단체였다. 51곳이 거짓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5건 혹은 5000만원 이상 발급했고 10곳은 기부금 영수증 발급명세서를 작성·보관하지 않았다. 또 상증세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세액을 추징당한 단체도 4곳이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부문화가 축소되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최순실, 이영학 사태 등 각종 비리·횡령 사건들로 국민들은 크게 상처 받은 상태”라며 “이들을 어루만지고 기부의 좋은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기부단체와 정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