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첫 산업구조조정 정책 방향의 핵심은 구조조정 주도권을 금융이 아닌 시장중심에 두겠다는 데 있다. 금융논리뿐 아니라 업황, 글로벌 경쟁력 등 산업적 측면도 살펴 공적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수주 가뭄을 딛고 재기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의 기를 꺾지 않으려면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과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6년 선박 발주량은 1250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2015년보다 무려 68.5%가 급감했다. 올 1~10월 발주량은 기저효과로 1716만CGT를 기록했으나 2011~2015년 평균 발주량(4230만CGT)와 비교하면 2017년 발주량 전망치(2320만CGT)는 5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선박 수주량은 220만CGT로 직전연도(2015년)보다 79.4%나 쪼그라들었다. 수주 절벽으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는 지난해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석 달 만에 공중 분해됐다.

당시 조선업 몰락의 비극은 경제 기본인 수요·공급 룰을 지키지 않아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조선사 간 출혈경쟁만 심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무심사 결과 등 금융논리뿐 산업적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산업 관련 유관부처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업황, 국내경쟁력 수준, 리스크 요인들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부실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손 쓰겠다는 것이다.


또 매년 채권은행들이 대기업, 중소기업을 나눠 일 년에 한 번 발표하는 신용평가등급을 기준으로 부실징후기업(C, D등급)은 3-track(워크아웃, 자본시장, 법원절차)으로 구조조정을 '상시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갑작스런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 실직 등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AD

업계는 구조조정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간을 질질 끌수록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된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기업이 한 번 언급되면 수주나 영업활동 등 제약이 많다. 보이지 않는 규제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7월부터 기업실사가 진행됐다. 채권단은 11월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 7000억원, 존속가치 2000억원으로 잠정적으로 추산했다. 채권단의 기업실사 발표이후 성동조선해양은 수주, 영업활동 등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워진 상태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청산여부에 대한 이렇다 할 공식적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부처 간 상충하는 정책들도 문제다. 가령 고용노동부는 실업률을 걱정해 고용지원금 제도를 운영하라고 제안하고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은 인적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식이다. 정책의 목표와 기대효과가 상충돼 지속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