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개선에도 BSI는 12개월 연속 100 하회…외환위기 이후 처음

[체감경기꽁꽁]기업 체감경기 일 년 내내 '한 겨울'…기업 옥죄는 법만 줄줄이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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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외환위기를 겪은 20년 전과 비교해 수출, 외환보유액, 국가신용등급 등 거시지표는 개선됐지만 기업의 체감경기는 일 년 내내 '부정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상법 개정, 북핵 미사일 위기, 법인세율 인상 등 대내외 리스크들이 기업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경제성장률 3%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경제지표에도 기업 경기 침체 현상이 만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4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내년 정치 유발 경제 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대표 이슈들은 상법 개정안에 대거 포함돼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 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자사주 처분 규제 부활 등의 항목을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입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외국 투기자본들이 대기업 감사위원 자리를 장악하는 길을 터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는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다. 1주당 1표씩 투표하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수 있는 수만큼 투표권을 준다. 이 경우 외국인이나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른 조항들 역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섀도 보팅도 새해부터는 폐지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다른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표의 비율만큼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대안 없이 이 제도가 폐지되면 이사 및 감사 선임과 같은 통상적인 주총 결의 안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인상 시 최소 2조~3조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불가피한 법인세율(22%→25%) 인상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15%포인트나 낮추는 감세안이 상원을 통과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경기 판단ㆍ전망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1월부터 12월까지 내내 기준선(100)을 넘어서지 못했다.100을 기준으로 BSI가 그 이상이면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망치가 한 번도 기준선을 넘지 못한 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998년 이후로 올해가 처음이다. BSI는 19개월 연속 기준선을 뚫지 못했으며 연평균 BSI(93.5)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 소비, 생산 등 각종 지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외환위기 못지않게 현재를 '위기'로 느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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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마찰, 북핵 위험,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도 넘어야 할 산들이 줄을 섰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ㆍLG전자가 만든 세탁기의 일부에 대해 고관세율을 매기라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내놨다. 또 단계적 해소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보복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지뢰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한의 도발을 사라지지 않는 위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1990년대 초반 7%에서 3% 이하로 하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적하면서 시스템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돌아보고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개선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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