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화룡점정은 중소벤처기업부다. 문 대통령은 취임 195일만에 홍종학 중기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조각을 마무리했다. 중기'부' 승격은 1996년 공업진흥청에서 중기청으로 이름을 바꿔 단 지 21년만이다.
조직이 커지고 예산이 늘면 발언권도 세진다. '대기업 혼내주느라 바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기업 알레르기'가 있는 홍종학 장관까지. 그야말로 '중기 전성시대'다. 중기 경영자들의 연말 모임도 화기애애하다. 이제는 '을(乙)의 설움'을 씻을 수 있을 거라면서.
이 와중에 '딴 소리'도 들린다. "중기 모두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얼마 전 연말 모임에서다. 동석했던 중기 대표의 고백은 예상 밖이었다. "회사가 크면 공정위, 국세청, 국회 눈치를 봐야 해. 요즘 같아선 노조나 시민단체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고." 말인즉슨, 적당히 (자식에게 물려줄 만큼) 벌면서 (외부의) 간섭을 덜 받고 정부(의 온갖 혜택과) 지원이 많은 중기의 지위를 뭣하러 포기하겠느냐다. 이쯤되면 그의 '딴소리'는 '일침'으로 들린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란 점에서.
중기 가운데 기업 성장을 외면하는 '피터팬 증후군'은 적지 않다. 기업도 생명체처럼 중소기업(매출액 100억∼1500억원 이하ㆍ자산 총액 5000억원 미만)에서 중견기업(자산 총액 5조원 미만), 그리고 대기업(자산 총액 5조원 이상)으로 성장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중기를 벗어나는 순간 가시밭길이다. 대기업(22%)보다 낮은 법인세(11%)를 비롯해 금융지원 127개, 조세지원 65개 등 무려 192개의 혜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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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역주행하는 사례는 흔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무가구 업체는 정부 발주 사업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 교육가구 사업부문을 떼어냈다. 지방의 철강 제조사는 중견기업이 된 후 공공시장 참여가 어려워지자 회사를 분할해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 피터팬으로 남기 위해 사업 쪼개기와 조직 나누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 바람에 국내 기업들의 규모 분포는 밑이 넓고 허리가 가는 첨탑형으로 굳어졌다.
중기에 대한 혜택을 줄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업을 키워나가고 싶도록 유인책을 확대해야 한다. 중견에 맞는 혜택, 대기업에 어울리는 지원책은 여전히 모자라다. 중기에서 중견, 대기업으로 번성해가는 '성장 사다리'는 곳곳에 필요하다. 그런 성장 사다리를 모두 철거해놓고는 '공정 경쟁' '대중소 협력' 떠들어봐야 공허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안의 질병은 점점 깊어간다. 피터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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